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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한국기업 빈 살만과 손잡아도 될까, 사우디 네옴시티 '불안'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3-01-0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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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업무협약 또는 양해각서, 이른바 MOU는 기관 사이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체결하는 약속을 말한다. 기본적인 합의사항을 확인하고 향후 협력을 약속하는 문서이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별 의미 없는 서류 정도로 받아들여지기기도 한다.

이번에 한국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맺은 20여개 업무협약 가운데 몇 개나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22년 글로벌 순방을 통해 400개가 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기대감은 더 낮아진다.

한국에서 진행된 접견의 내용을 살펴봐도 빈 살만 왕세자가 기업총수들에게 먼저 매력적인 제안을 해보라고 하고 듣기만 했다는 것, 또 결국 한국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투자를 하는 내용이기에 자칫 득은 없고 위험만 떠안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더군다나 이른바 5대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토목사업에서 일가견이 있는 일본기업들이 이번 순방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이런 의심에 힘을 실어준다.

일본기업들은 중동사업에서 한국의 원청이나 기술협력사로 빠지지 않는 곳들인데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순방일정에서 제외됐다. 아예 빈 살만 왕세자가 일본을 패싱한게 아니라 일본기업들이 그를 패싱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이번 방한의 화두였던 네옴시티 사업을 놓고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과감한 계획을 말한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높이 500m, 길이 170km의 장대한 건축물을 짓는 계획을 놓고 건축가들은 ‘현대 건축기술로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앞을 다퉈 경고하고 있다.

이 사업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으며 강행한다면 건축사 최대의 재앙이 될 위험마저 품고 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내외부의 정치적 불안정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투자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유다.

내부의 정치상황을 보면 빈 살만 왕세자는 2015년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사우드 가문의 친족들을 대거 숙청했으며 집권하자마자 전임자의 업적 지우기에 나서면서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던 토목공사들을 중단시켰다.

빈 살만 왕세자는 그리고는 자신만의 새로운 치적사업 아이디어를 내놨는데 그것이 네옴시티인 것이다.

네옴시티가 과감함을 넘어 비현실적이기 까지 한 이유는 이 정도가 아니면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무엇보다 만약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잃는다면 네옴시티 역시 또 다른 치적사업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외부의 위험요인도 생각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인접국에 둘러싸여있다.

먼저 사우디아라비아 북쪽 이라크 레반트 지역에서는 내전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남쪽 예맨에서는 후티반군이 정부군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적대하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후티반군이 자폭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을 파괴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진정한 위험은 동쪽의 페르시아만 너머 이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란은 튀르키예와 함께 중동 최대의 군사강국으로 이슬람 양대종파 중 하나인 시이파의 종주국인데다 세계유일의 신정국가다. 이란 신정은 다른 종파인 수니파를 믿으며 이슬람 최대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통제하는 사우드아라비아 왕가를 눈엣가시로 본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변국들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의 패자로 떠오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데 이란을 이러한 분위기를 잘 이용하고 있다. 예맨의 후티반군이 이란의 후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 들어 이란 정부는 이란 내 시위를 국외세력,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획책으로 규정하고 이와 관련한 적대발언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이란의 종교군 혁명수비대를 이끄는 후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은 2022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지도부에 경고하건데 행동과 언론 통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란의 마지막 경고이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언론을 통해 이란의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자칫 한화그룹이 겪은 이라크 건설사업 실패를 다른 기업들이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에 빈 살만 왕세자와 MOU를 맺은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삼성, 현대, GS 네이버, KT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집단이 포진돼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세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대한민국 역시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와 운명공동체가 될 준비가 돼 있을까?

끝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자체적으로도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이 작은 데다 폐쇄적 이민정책과 투자정책으로 인재와 사업파트너를 확보하기 어렵다.

합작투자가 강제돼 경영권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으며 사업에 성공하면 수익화를 제한하는 금융환경이 발목을 잡는다.

빈 살만 왕세자라는 개혁가가 나타나 사우디아라비아의 현대화를 이끌고 있지만 부족문화와 이슬람 율법주의에 기반을 둔 사우디아라비아가 얼마나 바뀔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옆 나라 이란의 사례로 보건대 지금까지의 현대화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은 빈 살만 왕세자의 초대에 목을 매고 있다. 이것은 몇 년 전부터 이어진 중국의 한한령, 이제는 세계의 경제블록화 움직임에 따라 무역국 한국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한국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러한 한국기업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 국민과 기업들은 이런 정치적 행보에 당하지 않도록,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운명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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