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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30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강연하고 있다. |
‘Always in beta(끊임없이 진전하라).’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면서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철학적 모토다.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저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에서 모든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을 이루는 방법으로 운영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기존 전략의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마디로 기업 혹은 기업가들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진들에게 경영혁신을 강도높게 주문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 "변화하지 않는 기업 돌연사할 것"
SK그룹은 4일 사내 방송을 통해 최태원 회장이 최근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전 직원들에게 방송했다. SK그룹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이 위기인 상황에서 대기업이란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최 회장의 경영인식을 전 직원과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최 회장은 6월30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들과 연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신속한 변화와 실행력을 요구했다.
그는 “현재 경영환경에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느려지는’(Slow) 것이 아니라 ‘돌연사’(Sudden death)를 맞이할 수 있다”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이 정기 CEO 세미나가 아닌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것도 지난해 광복절 특사 이후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근 1년만의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또 주요 경영진들에게 계열사별로 다음 하반기 정기 CEO 세미나 전까지 사업환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도 강도높게 경영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무엇보다 외견상으로도 상당히 달라진 점이 눈길을 끌었다. 살도 좀 빠진 듯 했고 비즈니스 캐주얼 정장 차림에 무선 마이크를 착용하고 테드(TED) 방식의 강연을 한 것이다.
지난해 말 혼외자의 존재를 자진해 고백한 뒤 주력 계열사 현장방문 외에 공식석상에 잘 나서지 않았던 점에 비춰볼 때 계열사 내부 강연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최 회장은 “환경이 변하면 돈 버는 방법도 바뀌어야 하는데 과거의 성공이나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사업모델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며 “출퇴근 문화부터 근무시간·휴가·평가보상·채용·제도·규칙 등이 지금의 변화에 맞는 방식인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단순하게 출근 시간을 당기거나 사업을 팔아라는 등의 구체적인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뜻은 아니다”며 “각 CEO들이 경영전략을 실행할 때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보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문화인가, 조직인가를 효율성 측면에서 재검토해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를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독자경영을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이번에 직접 나서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환골탈태를 주문한 만큼 SK그룹 경영에도 강도높은 변화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언론에서 보도된 대로 최 회장이 직접 3개월 시한을 주문한 것은 아니지만 계열사 임직원들이 결론적으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큰 틀에서 변화를 요구한 만큼 계열사별로 하반기 CEO 세미나에서 조직문화와 사업방향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하반기 10월 말이나 11월 초 정기 CEO세미나를 열어 신년 사업구상 등을 놓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계열사 사장단들은 최 회장에게 큰 숙제 하나씩을 받은 셈이다.
◆ 최태원 위기의식 왜 나왔나
SK그룹은 주력 계열사들의 올해 실적이 정체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규모가 1조 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부진해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D램 가격하락해 수익성이 2분기에도 악화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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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증권업계가 내놓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예상평균치는 매출액 3조7871억 원, 영업이익 3366억 원 정도다. 영업이익이 1분기에 비해 20% 이상, 지난해 2분기 대비 67.5% 감소하는 것이다.
SK텔레콤도 고전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2분기 영억이익 평균전망치는 41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SK텔레콤은 1분기에 매출 4조2285억 원, 영업이익 4021억 원을 냈는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3%, 0.1% 줄었다.
SK텔레콤은 마케팅 비용을 최대한 줄여 그나마 견조한 실적을 냈으나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등 자회사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SK텔레콤은 성장정체 돌파구가 절실한데 야심차게 추진한 CJ헬로비전과 인수합병도 지지부진한 형편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양사 인수합병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4월1일로 예정됐던 합병기일에서 석달이 지나서야 심사가 완료된 것이며 아직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의 인가절차도 남아있다.
SK그룹의 3대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그나마 2분기 실적에서 선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6월27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리포트에서 “2분기에는 정제마진 하락에도 불구하고 서프라이즈 실적이 예상된다”며 “영업이익은 전분기 8448억 원보다 13% 증가하며 사상 2번째 최대이익을 기록했던 전년 같은 기간 9879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유업계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직접적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지만 유가회복세와 달러 강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SK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정체는 지주회사인 SK의 주가부진에서도 확인된다. SK 주가는 5월31일 23만6천 원의 최고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4일 현재까지 약 한달 사이 15% 이상 빠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의 주식평가액도 올해 상반기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초 최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3조8675억 원이었으나 6월 말 기준 3조3351억 원으로 5천억 원 이상 증발했다. 최 회장이 소유한 주식은 지주회사 SK 지분 23.4%가 대부분이다.
최 회장이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각종 경영지표까지 거론하며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도 주요 계열사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