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2-12-29 13: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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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창립 20주년을 맞은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또 한 번 날아오를 기회를 얻었다. 스마일게이트그룹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중국 시장의 문이 다시 열린 것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창업주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는 2번째 대표작인 '로스트아크'를 중국의 '국민게임'으로 만들려고 한다.
▲ 스마일게이트그룹이 '르스트아크'를 중국에 서비스할 수 있는 권리를 따냈다. 사진은 '로스트아크' 포스터.
29일 스마일게이트그룹에 따르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의 중국 서비스를 위해 텐센트와 협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서 크게 흥행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로스트아크에도 중국에 특화된 서비스를 입혀 '제2의 크로스파이어'로 성장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알피지가 개발해 2018년 11월 출시한 핵앤슬래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그 전까지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에 거의 모든 매출을 의지한 스마일게이트그룹을 이끌어 갈 차세대 게임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2015년 텐센트와 중국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시장을 일찌감치 겨냥했고 로스트아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7년 3월부터 한한령(한류 콘텐츠 제한령)의 영향으로 한국 게임사들이 외자판호를 받기 어려워지자 로스크아크의 중국 진출은 계속 뒤로 밀렸다.
4년 넘게 연기된 중국 시장 공략은 최근 중국이 한국 게임의 수입을 허용하면서 물꼬가 터졌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28일 한국 게임 7종을 포함한 외국산 게임 44종의 수입을 10일자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중국에서 외자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스마일게이트그룹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크로스 월드'와 'A3: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이다.
게임업계가 이 가운데 로스트아크를 주목하는 이유는 10여 년 전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서 최고 인기 게임으로 성공시켰던 스마일게이트그룹의 경험 때문이다.
크로스파이어는 2007년 출시됐지만 국내에서는 인기가 급하게 식었다. 이에 권 책임자는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중국에 크로스파이어 개발자 수십 명을 보내 현지에 맞춘 개발에 몰두했다. 그리고 게임 안의 캐릭터와 아이템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깔과 문양을 입혀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크로스파이어는 2011년 중국에서만 동시접속자수 300만 명을 기록해 기네스북에 올랐고 그해 54억6천만 위안(약 995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현지 서비스되는 온라인 게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넥슨코리아의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던전앤파이터'(약 5380억 원)였다.
2020년에는 크로스파이어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제작돼 중국에서 방영됐다. '천월화선'은 크로스파이어 지식재산(IP)를 활용해 만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로 공개 한 달 만에 17억4천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지난해 천월화선의 테마파크도 만들어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서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게 했다.
중국에서 거둔 매출의 상당부분을 중국 현지 배급사가 가져가는 이익배분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크로스파이어의 대성공은 스마일게이트그룹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수년 동안 크로스파이어에만 의존하는 '원게임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8년까지 스마일게이트그룹 매출은 거의 모두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하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왔다.
스마일게이트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매출이 증가한 것은 로스트아크가 출시된 다음 해인 2019년부터다.
로스트아크는 국내에서 출시된 후 동시접속자수 35만 명을 돌파했고 2018년 구글의 최고 인기검색어 차트에서 게임부문은 물론 종합 순위에서도 1위에 올랐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로스트아크는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과 인기게임상, 기술창작상 등 모두 6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국내에만 서비스되던 로스트아크를 2019년 러시아, 2020년 일본으로 서비스 국가를 넓히고 2022년 2월에는 마침내 글로벌 서버를 오픈했다.
로스크아크는 정식 글로벌 출시 약 2주 만에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최고 동시접속자수 132만 명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 플랫폼에서 국내 게임이 1위에 오른 것은 2017년 '배틀그라운드' 이후 처음이다. 로스트아크는 12월29일 스팀에서 이용자수 기준으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의 꾸준한 인기와 로스트아크 흥행을 업고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올렸다. 그룹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345억 원, 영업이익 5930억 원, 순이익 5142억 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2023년 중국의 게임시장 규모는 45조 원 이상으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올해도 로스트아크 글로벌 서버 오픈 영향으로 지난해 못지않은 성적이 기대되는 가운데 중국 시장 진출은 한 단계 더 비상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그룹 관계자는 "로스트아크 중국 서비스 공급은 텐센트를 통해서 하는 것이 맞지만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크로스파이어 때와 같은 중국 현지화 전략의 추진 여부도 아직 언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