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내년 KB금융그룹에서도 통합 생명보험사가 출범하면서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생명보험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금융그룹 모두 외국계 생명보험사 인수로 생명보험 부문의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선택한 만큼 기존 보험사와 인수 보험사의 화학적 결합을 얼마나 빨리 이뤄내 시너지를 만드느냐가 경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내년 KB금융과 신한금융의 통합 생명보험사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이환주 KB라이프 대표 내정자(왼쪽)과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내정자(오른쪽)의 역할도 막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환주 KB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와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합병법인인 KB라이프가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KB금융지주는 11월 KB라이프 초대 대표 후보로 이환주 대표를 내정한 데 이어 조직개편, 임원인사, 부서장 인사 등을 잇달아 실시하며 출범 준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KB라이프는 이날 정기 인사를 실시하고 1980년대 태어난 부서장 7명을 발탁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해 출범한 신한금융그룹의 신한라이프는 KB라이프보다 한발 먼저 출범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지난해 7월 신한생명과 합병하며 신한라이프의 문을 열었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내정자는 올해 신한금융지주 연말 임원인사에서 신한라이프 초대 사장인 성대규 사장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KB금융그룹은 2020년 4월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았고 같은 해 8월 금융위원회에서 자회사 편입 승인을 얻어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뒤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해 왔다.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는 내년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역할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두 회사 대표 내정자들도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예고된 가운데 증권, 보험, 캐피털 등 비은행 부문에서 경영실적이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업은 금리상승의 수혜를 봐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업권은 조달비용 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보험업은 경기침체에 따른 보험 수요 위축으로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며 생명보험업은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매매수익 확보 어려움 등으로 투자 손익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는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올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각각 68조 원, 33조 원 정도로 신한라이프가 앞서고 있다.
순이익 규모는 3분기 기준으로 신한라이프 3696억 원, KB라이프(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합산) 15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환주 KB라이프 대표 내정자와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내정자는 이런 상황에서 우선 조직 구성원의 인적결합을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는 KB금융그룹와 신한금융그룹의 생명보험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라는 점 외에도 기존의 자체 보험사와 규모가 훨씬 큰 외국계 보험사와 합병으로 탄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회사 모두 문화가 다른 2개 회사가 합쳐진 셈인데 인수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무엇보다 조직문화 차이 등에서 비롯되는 내부 갈등의 가능성을 없애고 시너지를 낼 필요가 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직원과 외국계 보험사 직원은 업무 방식이나 조직을 향한 충성도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두 대표 내정자가 발탁된 배경에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소통 능력 등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이환주 내정자는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열린 소통의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생명 대표 취임 이후 실무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이를 업무에 반영하는 ‘CEO런치’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내정자는 KB라이프 초대 대표에 내정되자마자 조직 소통과 화합을 목적으로 KB라이프의 자회사형 보험대리점인 KB라이프파트너스 지점을 여러 곳 방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내정자는 “KB라이프파트너스가 그룹의 대표 외부영업(아웃바운드) 채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소통과 화합을 통해서 영업 현장 중심의 경영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내정자도 조직의 화합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됐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22일 이 내정자를 다음 대표에 선임하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법적 통합을 비롯해 통합의 세부 과정을 지원하며 구성원들의 높은 신뢰를 받았던 만큼 내부 결집과 단합을 통해 톱 생명보험사로 도약을 꾀하는 신한라이프 최고경영자에 가장 적함한 인물로 추천됐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오렌지라이프 인수작업을 지원했고 오렌지라이프 뉴라이프추진실장을 거쳐 6개월 동안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뉴라이프추진실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을 큰 틀에서 주도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