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트리오스코프'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정확한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리오스코프는 넷플리스 애니메이션 '더 리버레이터: 500일의 오디세이'를 만든 제작사로 자체 스튜디오와 기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브액션(실제 동작을 촬영한 것)과 컴퓨터그래픽(CG)을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효과를 생성하는 '하이브리드 엔터' 기술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현실감을 높이는 로토스코핑 분야에서 특허를 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창한 대표는 이번 투자를 통해 대표 지식재산(IP)인 배그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배그를 단순히 게임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 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개최한 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펍지 유니버스'를 구축해 게임 지식재산(IP)을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배그에만 의존하는 '원게임 리스크' 극복을 위해 신작 개발과 함께 배그 지식재산(IP)을 게임 외의 콘텐츠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6월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에 이어 올해 1월 '방관자들'과 '붉은 얼굴'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웹툰 △서바이벌 액션 '100' △미스터리 스릴러 '침묵의 밤' △SF판타지 '리트리츠'를 선보이며 배그 세계관을 액션과 스릴러 SF 장르로 엮어냈다.
크래프톤은 배그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것을 고려해 이들 웹툰도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와 인도,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총 10개 국가에 연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크래프톤은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인 아디 샨카를 애니메이션 사업부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영입했지만 아직 애니메이션 작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트리오스코프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애니메이션화에 기술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배그 콘텐츠의 다양화가 신작 부진의 고민도 덜어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2일 신작 액션 서바이벌 호러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칼리스토)'을 출시했다.
칼리스토는 김 대표가 취임 뒤 강화한 독립스튜디오체제 하에서 선보인 첫 번째 신작인데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린 서바이벌 호러게임 '데드 스페이스'의 개발자가 제작을 맡으며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지스타 2022에서도 가장 긴 시간을 기다려야 시연할 수 있는 게임으로 꼽혔고 글로벌 게임플랫폼 스팀에서 사전예약 1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출시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칼리스토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PC 최적화 문제가 대두됐고 완성도 면에서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며 현재 스팀에서 플레이어 수와 매출 기준 모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게임 평가에서도 출시 이후 긍정적 리뷰가 20~39% 사이에 그치며 ‘대체로 부정적(Mostly Negative)’이었다가 12월26일 기준 긍정적 리뷰가 40~69% 사이인 ‘복합적(Mixed)’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래프톤 주가도 칼리스토 출시 전날 22만 원까지 올랐다가 혹평과 함께 급락해 26일 17만2천 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칼리스토 사전판매 흥행에 힘입어 크래프톤의 4분기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뛸 것으로 전망됐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칼리스토의 판매량 기대치를 낮춰 잡았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칼리스토의 내년 말까지 판매량을 300만 장에서 240만 장으로 조정한다”며 “개발사 M&A 전략 시작 후 첫 대형작인 칼리스토의 완성도 부족으로 자회사에 대한 꼼꼼한 관리와 프로젝트 검수 역량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