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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쥔 샤오미 CEO |
중국 스마트폰회사인 샤오미는 어떻게 삼성전자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을까?
삼성전자는 2분기 저조한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중국 및 유럽시장에서 경쟁심화로 중저가 스마트폰의 유통채널 내 재고가 증가하면서 2분기 출하물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중국업체의 저가폰 공세에 밀려 재고관리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런 삼성전자 실적부진의 중심에 스마트폰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초저가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샤오미가 존재한다.
◆ 삼성 위협한 샤오미, 1년 동안 판매량 4배 증가
샤오미는 1분기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11%다. 삼성전자(18%)와 레노버(12%)에 이어 3위다. 애플(10%)은 4위로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샤오미의 추격은 거세다. 샤오미는 4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았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의 4월 신규가입자 기준으로 샤오미는 175만 대를, 삼성전자는 127만 대를 판매했다.
샤오미의 올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모두 2611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늘었다.
삼성전자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샤오미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기존 삼성전자 고객을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은 한 보고서에서 샤오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 중 41%가 최초 스마트폰 구매자이지만, 23%는 삼성폰을 교체한 고객이라고 분석했다.
샤오미는 최근 스마트폰에 이어 초고해상도(UHD) TV 시장에도 진출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9월 스마트TV ‘Mi TV’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5월 초저가 UHD TV ‘MiTV2’를 출시했다. MiTV2의 가격은 3999 위안으로 우리 돈으로 약 66만 원이다. 삼성전자는 샤오미 제품과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250만 원에 팔고 있다.
샤오미가 최근 해외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중국 외 지역에서도 삼성전자의 위상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현재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 필리핀, 베트남 등 14개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휴고 바라 샤오미 부사장은 “언젠가 샤오미가 동일한 사업모델로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가 설립된 지 불과 4년 만에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사양 초저가’ 전략에 있다. “나는 합리적이니까 저렴한 가격에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산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샤오미폰을 선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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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오미 스마트폰 'Mi3' |
◆ 샤오미의 비결, 아이폰처럼 만들고 아마존처럼 판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Mi’ 시리즈 제품가격을 2011년 첫 출시 때부터 현재까지 1999 위안으로 유지하고 있다. 1999위안은 우리 돈으로 약 32만7천 원이다.
스마트폰 Mi와 비슷한 사양의 아이폰, 갤럭시 등이 4천 위안 이상에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가격이다. 샤오미는 Mi 시리즈보다 낮은 사양의 ‘Hongmi’(홍미) 시리즈 제품도 699 위안에 팔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 이전 모델보다 높은 사양으로 내놨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들은 샤오미가 스마트폰 판매로 일정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시장조사기관 포말헛테크솔루션은 “Mi3의 경우 생산 비용이 157달러에 불과하다”며 “유통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Mi3 판매로 최소 100달러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추산했다.
샤오미가 가격파괴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은 획기적 사업모델 덕분이다. 샤오미는 애플의 생산전략과 아마존의 유통전략을 취해 비용절감에 성공했다.
샤오미는 철저한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을 줄인 애플을 따라했다. 샤오미는 생산과 제작 모두 대만기업 등에 아웃소싱한다. 또 일 년에 한 제품만 생산하거나 선주문 후제작 방식을 채택하면서 초기투자 비용을 대폭 줄였다. 선주문 후제작 방식은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샤오미는 아마존처럼 각종 부대비용이 발생하는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샤오미는 광고에 돈을 쓰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대신 전 세계 24개국에서 자체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은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샤오미 제품을 알게 되고 곧장 온라인 매장에 접속해 샤오미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샤오미는 비용절감으로 고사양의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후 소프트웨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낮은 가격에 판매한 후 전자책 콘텐츠 판매로 수익을 내고 있는 구조와 유사하다.
ABI리서치의 닉 스펜서 애널리스트는 “샤오미는 안드로이드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개조한 MIUI라는 운영체제(OS)를 적용했고 앱 다운로드 등으로 월 490만 달러의 매출을 창출한다”며 “샤오미만의 생태계 구축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레이쥔 샤오미 CEO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삼성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며 “갤럭시 소비자는 삼성 휴대전화를 사면서 서비스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샤오미 소비자는 우리 제품을 사면서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샤오미의 관심사는 삼성의 휴대전화 매출액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이 샤오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횟수와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 샤오미 초저가 공세에 무너진 삼성 브랜드 파워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중국시장에서 보급형 제품,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을 출시해 샤오미 따돌리기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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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최근 출시된 ‘갤럭시S5 미니’에 이어 ‘갤럭시코어2’ ‘갤럭시에이스4’ ‘갤럭시 영2’ ‘갤럭시스타2’ 등이 조만간 출시된다. 삼성전자가 초저가 샤오미폰에 대응해 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다. 이 제품들은 전략모델 ‘갤럭시 S5’보다 싼 가격에 출시돼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태블릿과 웨어러블 부문에 더욱 집중해 스마트폰 부문에서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회사는 최근 고화질 태블릿 ‘갤럭시탭S’와 웨어러블기기 ‘기어 라이브’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샤오미는 최근 ‘MiPad’(미패드)를 출시하면서 태블릿시장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손목밴드형 건강관리 기기 ‘MiBand’(미밴드)를 조만간 출시해 웨어러블기기 시장도 넘보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태블릿, 웨어러블과 대형화면과 특화기능을 바탕으로 한 패블릿시장을 키우고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갤럭시노트4’가 조기출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갤럭시노트4는 갤럭시탭S와 기어라이브 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하반기 판매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샤오미가 고사양 저가제품으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꿔 놓으면서 더 이상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먹혀 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샤오미의 초저가 공세에 맞선 삼성전자의 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국내 증권사 연구원의 의견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고급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에 파이를 빼앗기고 있고 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며 “고가와 저가 스마트폰 두 시장 모두에서 삼성전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