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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자행보에 유럽연합 '골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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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오른쪽)이 29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장크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스코틀랜드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영국으로부터 독립과 EU 잔류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브렉시트보다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가 EU에 더 큰 분열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일 외신보도 등을 종합하면 6월24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가장 바빠진 사람은 제임스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아닌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다.
그는 연일 ‘스코틀랜드는 EU에 남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명분을 국제사회에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EU와 결혼관계는 유지하면서 영국과 형식상 이혼하고 동거의 실속은 챙기겠다는 것이다.
스터전 수반은 6월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르티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을 잇따라 만나 “이번 브렉시트 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주민 62%가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며 “나는 이런 주민의 민주주의적 의지가 현실화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스터전 수반은 EU 가입을 위해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국으로부터 독립 주민투표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터전 수반의 희망대로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과 EU 잔류를 쟁취하게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슐츠 의장과 융커 집행위원장은 “스코틀랜드가 브뤼셀에서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고 스코틀랜드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EU가 영국 내부 문제에 관여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스페인과 프랑스도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에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스페인의 카탈루냐, 프랑스의 코르시카 등에서도 분리독립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리아 라호이 스페인 총리 대행은 “영국이 EU를 떠나면 스코틀랜드도 함께 떠나야 한다”며 스코틀랜드의 독자적인 EU 가입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스페인은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때도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EU 탈퇴) 협상은 영국의 일부분이 아닌 영국과 해야 할 일”이라며 스코틀랜드와 EU의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섰다.
EU 가입과 탈퇴는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스코틀랜드가 설령 영국에서 독립한다 해도 스페인과 프랑스 등이 반대하면 EU 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하지 않고 독자적 EU 잔류를 추진하는 방안도 EU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픈 ‘숙제’다.
기존의 주권국가 회원국(영국)은 탈퇴하려 하는데 그 일부(스코틀랜드)가 독자적으로 잔류 협상을 벌여 만약 잔류가 결정된다면 회원 자격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유럽연합의 국가체제와 유럽연합의 성격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애초 유럽연합은 유럽통합을 내걸어 기존의 국민국가 체제 질서의 약화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브렉시트를 계기로 스코틀랜드가 이를 구체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입장에서 보면 스코틀랜드는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스코틀랜드는 인구 530만명에 영국의 일부로 묶여 있지만 스코틀랜드 자체로도 EU 전체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12번째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영국의 주요 자산인 북해산 석유와 천연가스도 이곳에서 나온다.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같은 스코틀랜드의 대도시는 유럽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금융과 관광, 기술 인프라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해리포터’의 저자 JK롤링이 정착해서 작가의 꿈을 이룬 곳도 스코틀랜드다. 그는 에든버러 카페에서 해리포터를 완성했는데 세 자녀를 런던이나 잉글랜드 고향 마을이 아닌 스코틀랜드 시골에서 키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