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12-22 14:53:54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현재의 글로벌 시장 상황을 영화 제목 ‘헤어질 결심’에 빗대어 설명했다.
최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 송년 간담회에서 "거의 모든 나라가 누군가와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며 “글로벌 시장이 하나였다가 쪼개지고 ‘내 거’를 강화하는 보호무역주의 형태가 나타나면서 시장 변화가 따라 왔다”고 말했다.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 회장은 “우리도 노력을 하겠지만 솔직히 그런 문제에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며 “모든 게 한꺼번에 일어나며 변화의 파고가 커 무역과 수출을 중심으로 한 한국은 소화가 꽤 어려운 형태”라고 토로했다.
지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해법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보고 있지 않았던 시장까지 보고 시장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제는 작은 시장도 개척하고 우리 것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 지역이 중국, 미국, 베트남, 일본 등에 집중돼 있는 것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도 작은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서는 “걱정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다만 최 회장은 “최근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이 짧아졌다. 옛날에는 다운에서 업으로 가는 게 3년 정도 걸렸는데 요즘은 1년 단위 연례행사로 생각된다”며 “많이 나빠지면 많이 좋아질 것이고, 오래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법인세 인하는 필요하지만 획일적 인하보다는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법인세 지원은 산업·지역별로 차별화 시켜야 효과가 크다”며 “다만 세금을 내야 국가 문제를 해결하는 만큼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국가 철학과 국정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많은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며 “경영 판단에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격도 있다. 공장, 빌딩 같은 새로운 하드웨어를 안 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날 간담회 마지막에는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최 회장은 “저도 있던 사업을 받은 형태가 되다 보니 원래 있던 문제점들이 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있는 것을 어떻게든 더 잘 키워야 하는 얘기로 왔다”며 “젊어진다면 ‘나는 내 거를 해보겠다’ 이러고 갔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러다 홀랑 말아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도전을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