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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줌인] K-방산 글로벌 도약하나, 정부 외교력에 달렸다

조광태 jktclc@gmail.com 2022-12-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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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줌인] K-방산 글로벌 도약하나, 정부 외교력에 달렸다
▲ 한국 방위산업은 최근 폴란드 K2 전차 수출 등 무기수출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무기수출의 특수성 때문에 정교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9월2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 전시된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모형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의 폴란드 무기수출 소식에 CNN이 깜짝 놀랐나보다.

지난 달 25일 CNN은 한국의 폴란드 무기수출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출력을 해보니 A4 용지로 7쪽이나 된다. 관심의 크기를 가늠해볼 만한 분량이다.

이 기사는 지난 9월 21일부터 포천사격장에서 4일간 개최됐던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DX Korea)'의 장면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한국이 무기강국이 된 배경, 한국 무기산업의 역사,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절묘한 시점, 한국산 무기의 강점 등을 꽤 소상하게 다루고 있다. 서방 언론이 한국의 무기산업 장래를 매우 밝게 보고 있다는 징표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한국의 폴란드 무기수출 성과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K2 전차 980대, 자주포 670문, 경공격기 48대는 그 자체로도 10조 원대이고, 이후 군수지원 물량까지 감안하면 최소 30조 원 이상의 수출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단일국가로는 우리나라 무기수출 역사상 단연 최대 규모다.

자료에 따라 통계치의 차이는 있지만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나토 회원국 중 주요 7개국(G7)의 전체 전차 보유 대수는 900대 미만이고, 자주포는 400문 이하로 파악되고 있다. 폴란드 무기수입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다.

물론 특수한 사정은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80년 가까운 평화기를 맞으면서 유럽 각국은 그동안 군사력과 방위산업 규모를 대폭 축소해왔다. 군사강국 독일의 전차보유대수가 300여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반영한다.

반면, 일찌감치 자국의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소진해버린 폴란드로서는 방위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제에 낡은 기존의 무기들을 정리하고 성능 좋은 신무기로 교체하려는 정책적 판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산무기 대량수출을 일시적 특수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폴란드가 미국산이 아닌 국산무기를 구매한 데에는 그만큼 국산무기가 갖는 뛰어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속한 공급, 맞춤형 제작, 가격경쟁력은 국산무기의 3대 강점이랄 수 있다. 방위산업을 축소해왔던 유럽은 어차피 대량의 무기를 공급할 능력이 없는 상태이고, 향후 수년 동안 빡빡한 공급스케줄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량수요까지 겹친 미국 또한 신속한 제작공급이 어렵다.

CNN은 이부환 한화디펜스 해외사업본부장의 말을 빌어 “한국의 전차는 노르웨이등과 같이 북유럽 추운 지역 승무원을 위해서는 히터가 추가로 설치되고, 반대로 인도, 이집트 등과 같은 더운 지역 승무원을 위해서는 더 높은 냉방능력이 제공된다”면서 한국산 무기의 맞춤형 제작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옵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국산 전차의 가격은 대당 100억~130억 원, 자주포는 40억 원 안팎으로 미국산의 절반가량인데 이는 이미 한국이 각각 2천대 이상의 전차와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생산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덕분이랄 수 있다.

이런 경쟁력의 덕택인지, 한국의 무기수출은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느낌이다. K9 자주포의 경우 지난 해 말 호주와 최대 1조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는가 싶더니 올 2월에는 이집트와도 또 다시 2조 원 이상의 계약이 성사됐다.

LIG 넥스원 또한 올 들어 아랍에미리트와 4조 원 규모 이상의 요격미사일 천궁II 수출계약을 맺는 등 하루가 멀다 계약 성사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 2020년 한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 이어 세계 6위의 무기수출 국가였는데, 이런 추세라면 올해 독일과 스페인을 제치고 세계 4위, 최소 세계 5위의 무기수출국이 될 공산이 크다. ‘K-방산’ 라는 신조어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면이 있다. 지난달 우리 정부는 미국에 155밀리 포탄 10만발 수출을 추진하면서, 이것이 어디까지나 미국의 최종수요를 위한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몇 차례씩 강조해야만 했다.

사실상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한 재고공백을 채우기 위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러시아군에 대한 살상용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만큼 우리의 처지는 간단하지가 않다.
 
[시사 줌인] K-방산 글로벌 도약하나, 정부 외교력에 달렸다
▲ 한국의 무기산업이 도약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외교적 능력에 달려 있다. 사진은 9월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 모습. <연합뉴스>
폴란드에 대한 무기수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으로 인한 재고공백을 채우기 위한 것이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회적 무기 공급이 아님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끝난 후 군사강국이자 교역당사자인 러시아와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게다가 현재 추세라면 폴란드가 유럽 최고의 군사강국이 될 것이라는 서방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눈초리도 피할 수 없다.

지금이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과 폴란드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평소 폴란드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독일 등이 폴란드의 국산 무기 수입을 그저 좋은 눈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무기는 살상을 전제로 한 것이니만큼 도덕적 명분의 문제도 남는다.

지난 1997년 터키는 한국에서 자주포를 수입해 이를 기반으로 자국모델의 자주포 T-155를 개발했고, 2019년에는 이 무기로 시리아 동북부 지역의 쿠르드족을 포격한 바 있다. 의도치 않게 한국은 공연한 구설수에 시달려야만 했다.

미국이 한국의 무기산업 성장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지도 중요한 관건이다.

CNN이 전인범 전 육군중장의 말을 인용한 것은 시사적이다. 미국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무기들, 직접 생산이 미국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무기들, 그런 무기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폴란드에 수출한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미국이 모든 무기를 다 만들 수는 없는 만큼 우리를 그들의 파트너십의 차원에서 미국 측이 바라봐야 한다는 것 등이다.

여기에 한국 무기산업의 고뇌가 있다.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미국을 뛰어넘는 무기를 만들어야 하지만, 산업특성상 끊임없이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래저래 한국의 무기산업이 해결해야 할 난제들은 많다.

관건은 외교다. 어차피 무기수출은 명분과 이해관계의 문제다. 적당히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고, 때로는 가능한 범위에서 상대방의 이해에 맞추는 노련한 외교야말로 가장 가성비 좋은 해결방안이랄 수 있다.

족쇄처럼 우리의 무기개발을 구속해왔던 미사일 사거리 제한 문제나 미사일 고체연료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알고 보면 엄청난 비용이 들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불편함과 중국에 대한 미국 측의 미사일 사거리 압박이라는 두 가지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한 외교적 성과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무기산업 성장은 남북 분단이라는 아픈 현실의 단면이다. 아픈 현실을 산업성장의 동력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스스로를 칭찬해도 좋을 만큼 잘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방위산업은 상품을 주고 대금을 받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일반 상품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교역 당사자뿐 아니라, 상대국가를 둘러싼 다른 국가들과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어려운 문제점을 갖고 있다. 좌우를 살피지 않고 내다 팔기만 했다가 배보다 배꼽이 큰 휴유증을 가져올 수도 있는 분야다.

무기산업에 관한 한, 정부가 필요한 외교적 역량을 잘 모으고, 이를 끊임없이 점검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만 모든 것을 맡겨 두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무기산업이 도약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외교적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조광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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