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금리인상 지속에 한은 통화정책이 안갯속이다. |
[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국내 기준금리를 당초 최종금리로 기대된 연 3.5%보다 더 높게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도 당분간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 같이 연준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통화정책에 완화기조를 적용한다면 이 총재도 이에 발맞춰 금리 동결이나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20일 오전 10시에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보고서 발표에 맞춰 직접 기자간담회를 진행한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총재는 내년도 물가 흐름과 이에 따른 통화정책 운용에 관해 발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15일에 방송기자클럽에서 주최하는 생방송 공개 토론회에 한국은행 총재로는 처음으로 참석해 통화정책을 직접 설명하려고 했으나 같은 날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점검회의 때문에 공개 토론회가 잠정 연기됐다.
이 총재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14일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미국의 최종금리를 기존 연 4.6%에서 연 5% 이상으로 올려 잡은 탓이다.
특히 이 총재는 한국은행에서 연준과 달리 금리인상 속도를 완화하거나 중단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현재 1.25%포인트에서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던 시기는 2000년 1.5%포인트인데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주저한다면 이 격차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 상당수가 내년 최종금리로 예상했던 연 3.5%보다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내년 하반기부터 연준에서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왔던 효과가 내년 상반기부터 나타나면서 연준에서 통화정책을 긴축 중단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내년 국내 기준금리를 당초 최종금리로 기대된 연 3.5%보다 더 높게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들어 물가압력이 본격적으로 둔화되고 경기침체 리스크가 커진다면 연준의 색채도 변화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내년 1월 혹은 2월에 발표되는 미국 물가지표가 현재 둔화 추세를 유지한다면 내년 초부터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긴축 충격이 일반적으로 6~9개월 늦게 실물경제에 반영되는 것을 고려할 때 내년 1분기 말부터 고용 둔화가 확인될 것이다”며 “노동지표 훼손이 나타나는 시기부터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조기에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 총재도 국내 통화정책 방향을 수정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연 3.5%를 넘어섰던 국내 기준금리도 내년 하반기부터 동결되거나 금리인하로 방향을 틀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8월 외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만 연준의 움직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는 쉽지 않다”며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했지만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