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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테슬라 아람코 에너지 패권 다퉈, 수소 미는 현대차의 길은?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2-12-1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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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일론 머스크 CEO가 꿈꾸는 테슬라의 미래는 과연 뭘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최강자에 만족할까?

테슬라의 주주들 그리고 머스크 CEO의 추종자들 상당수는 테슬라가 로봇과 우주 등 미래산업에서도 전기차에서 보여준 혁신역량을 다시금 과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런데 대내외 여건들과 테슬라의 사업모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테슬라가 가고자 하는 미래 방향에 에너지 패권을 차지하는 밑그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 외에도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는 미국과 호주 등에서 널리 쓰이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이 주목되는 것은 에너지 저장이야말로 탄소 제로 시대로 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탄소 제로 사회가 되려면 지금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져야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수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사람이 원하는 대로 태양이나 바람을 조절할 수는 없다. 전력 수요가 없을 때 전력 생산이 많이 되거나 그 반대인 상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력 생산이 많고 수요가 적을 때 잉여 전력을 저장해 반대의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저장 매개체가 탄소 제로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 어떤 에너지 저장 수단이 있을까?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는 배터리 기반이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의 저장 용량을 키워 에너지저장장치로 쓴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가 가장 많이 쓰이는 에너지 저장 방식일까?

지금 시점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용량의 에너지저장 방식은 양수발전 방식이다.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에너지 저장의 96.2%를 담당했다.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는 그에 한참 못 미친다.

양수발전은 심야 시간처럼 전력이 충분할 때 펌프로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위쪽 저수지로 올렸다가 전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물을 내보내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양수발전이 많이 활용되는 것은 대용량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고 내구성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아무 데서나 설치할 수 없다는 위치 선정의 한계가 있다.

에너지 저장 시간이 길고 전력계통 내 대응속도가 느리다는 단점도 있다.

공기압축 방식도 있다. 잉여 전력으로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해 놓았다가 전력 부족 상황에서 압축공기로 터빈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 역시 대용량 저장이 가능하고 내구성이 좋지만 공기를 압축할 암염층, 석회암층을 구축해야 해 위치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

둘 다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테슬라를 비롯한 기업들은 배터리 기반의 에너지저장 장치를 중요한 대안으로 삼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에도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방전이 쉽고 전력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비용이 낮다는 점, 사용수명이 길다는 강점도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NEF는 2020년 말 기준 17GW로 집계된 에너지저장장치 누적 설치용량이 2030년 358GW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동안 20배 넘게 커진다는 얘기다.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키우며 탄소 제로 시대를 준비하는 일론 머스크 CEO의 비전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과거 일론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 성장성을 놓고 제대로 평가되고 있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에너지 사업이 자동차와 거의 비슷한 규모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가 확산되면 국내 배터리3사도 테슬라 등에 공급하는 기회가 넓어질 거라 기대해 볼 수 있다.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 패권까지 노리는 테슬라. 그러면 전통 에너지 강자들은 어떻게 새로운 시대에 대응할까?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주식 시가총액에서 애플과 세계 1위 자리를 다투는 에너지 기업이다. 아람코와 전통의 석유·가스 강자들은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수소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수소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수소가 궁극의 에너지 저장 매개체로 꼽히는 것은 탄소 배출이 없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연료전지 등을 통해 전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람코와 같은 에너지 기업들은 탄소 제로 시대에도 에너지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수소경제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람코가 현대차, 롯데, 한국전력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과 수소 협력을 하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 이를 통해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 아직은 경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수소를 활용하기 위한 제반 인프라 구축도 작지 않은 숙제다.

하지만 아람코와 같은 에너지 기업들은 가스와 같은 기존의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수소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기존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완전히 친환경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탄소 배출이 적은 만큼 수소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면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서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와 수소, 둘 사이 경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두 에너지저장 매개체 사이엔 실제적 경쟁 관계가 성립하는 만큼 간혹 날선 공방이 있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CEO는 수소를 놓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짓”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는 수소를 액체 형태로 유지하려면 거대한 탱크가 필요하고 기체 형태로 저장하려면 더 큰 탱크가 필요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수소는 부피가 크다. 그래서 압축해서 저장하거나 액체로 만들어 저장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수소 진영에서는 탄소 제로로 가는 길은 결국 수소 밖에 없다는 의견을 보인다. 기술 개발에 따라 결국 수소 생산 단가나 각종 제반 인프라 구축에 따른 부담도 줄어든다는 논리다.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 역시 한계가 있다.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에너지 수요의 10% 가량은 저장해 놓아야 하는데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로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배터리에 대용량 에너지를 저장하려면 그만큼 양극과 음극을 같은 비율로 늘려야 한다. 이 때문에 저장하는 에너지 양만큼 배터리 크기와 무게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규모 분산전원으로서는 유리할지 몰라도 궁극의 에너지 저장 매개체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잊을 만하면 터지는 화재도 걸리는 부분이다. 얼마 전 카카오톡 마비 사태를 낳은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의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되고 있고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에너지의 이동과 거래에서도 배터리보다 수소가 유리하다.

탄소 제로 시대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에 따라 에너지가 풍부한 곳과 부족한 곳 사이 편차가 생길 수 있는데 아무래도 수소 형태로 운반하는 게 여러 모로 쉽고 저렴한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수소시대에도 석유와 가스를 팔 듯 수소를 팔고 싶은 전통 에너지 기업에게 수소는 앞으로도 그들이 에너지 패권을 유지하게끔 해줄 요긴한 연료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완전한 수소 시대는 어쩌면 2050년에야 올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어떤 기술이 도입될지 모르기도 하거니와 정치, 경제 불확실성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한국의 대표적 수소 선도 기업 현대차그룹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전기차가 자동차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한 때 현대차가 수소차를 접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 적이 있다. 수소차 ‘넥쏘’의 신형 모델 출시도 내년에서 2024년으로 미뤄졌다.

수소차보다는 전기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국내 최초로 이동형 수소충전소를 여는 등 수소경제의 기반을 닦는 일에 여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현대차는 장기적으로 수소 에너지 기반의 산업사회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을 꿈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뿐 아니라 미래항공모빌리티나 다른 모빌리티 수단에 적용하는 방법들도 개발하고 있다. 모빌리티뿐 아니라 에너지 솔루션에서도 수소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을 세워 놓은 듯 하다.

탄소 제로라는 범국가적 목표 아래 여러 기업들이 차세대 에너지에 주목한다. 그리고 에너지 패권을 놓고 유수의 기업들이 경쟁을 펼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핵심 지점 중 하나인 에너지저장 수단인 배터리와 수소의 경쟁을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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