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ATL이 포드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다. CATL의 독일 뮌헨 배터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포드가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과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신설하고 단가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기반 배터리를 생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포드와 이미 2곳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중인 SK온이 안정적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거나 가격 경쟁에 직면하는 등 변수를 맞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16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던 CATL의 미국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이 다시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떠오른다.
CATL은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중국과 미국 정부 양측에서 압박을 받으면서 현지 투자 계획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산업을 겨냥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기업에 불리한 지원 정책도 도입하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ATL은 미국 포드와 손을 잡고 미시건주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 계획을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는 두 회사의 합작공장 형태가 아니라 포드가 공장 지분 100%를 보유하고 CATL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기술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CATL이 미국 배터리공장을 설립하는 주체로 이름을 올린다면 미국 정부에서 허가와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는 등 정치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포드는 현재 SK온과 미국 테네시주 및 켄터키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두 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합작법인을 통해 설립되고 운영된다.
반면 CATL이 신설하게 될 공장은 표면적으로 포드가 운영하는 생산공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운영 방식과 생산 단가, 공급망 관리 등 측면에서 포드가 확실한 주도권을 쥐게 될 수 있다.
포드가 이런 계획을 실현한다면 SK온과 협력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온은 포드와 미국 내 합작공장 설립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고 꾸준한 매출을 올리며 북미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CATL의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인산철 소재 기반의 기술 특성상 SK온의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단가가 낮고 소재 가격 상승에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을 보인다.
더구나 포드가 배터리공장 지분을 100% 보유하면 생산 단가를 최대한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어 SK온이 공급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이 거세질 가능성도 나온다.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예상 조감도. |
포드는 현재 전기차 생산 목표를 공격적으로 수립하고 배터리공장 투자도 이에 맞춰 확대하고 있다. SK온과 설립하는 배터리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전기차 120만 대에 이른다.
올해 11월까지 전기차 판매량이 5만3천 대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CATL과 배터리 합작공장이 수 년 안에 설립돼 가동을 시작한다면 포드와 SK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배터리공장의 생산 규모는 수요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 될 수 있다.
SK온이 포드에 안정적 배터리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셈이다.
포드는 7월 중국은 물론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에서 CATL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식 발표를 내놓았다.
2024년부터 포드가 북미시장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되는 계획도 확정됐다.
포드가 이처럼 CATL과 협업 의지를 최근 들어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만큼 SK온과 포드의 협력 관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ATL은 미국 이외에 멕시코 등 다른 북미 지역에 배터리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었다. 이미 공장이 들어설 후보지도 몇 군데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CATL의 미국 내 공장 투자가 어려워져도 북미시장 진출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포드는 SK온과 설립하는 배터리공장을 대규모 전기차 생산단지 '블루오벌시티'에 들어서도록 하며 가장 중요한 배터리 협력사로 앞세우고 있다.
미국 전기차 소비자들이 중국산 배터리보다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SK온의 사업 전망이 밝은 근거로 꼽힌다.
결국 포드와 CATL의 배터리공장 설립이 실제로 이뤄져도 CATL이 SK온의 입지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지난해 SK온과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며 “포드의 미래를 다른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