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12-14 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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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바이오팜이 뇌전증을 감지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선보이며 ‘디지털 헬스케어기업’으로 도약을 본격화한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키며 신약개발 역량을 증명한 SK바이오팜이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도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SK바이오팜은 뇌전증 발작 감지장치를 개발해 조만간 국내 임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황선관 SK바이오팜 R&D 혁신본부장 부사장이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CES 2023 사전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황선관 SK바이오팜 R&D혁신본부장 부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예방, 진단, 치료, 관리라는 환자 치료 여정 전반에서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며 “내년부터 디지털 치료제의 국내 임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SK바이오팜은 뇌전증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프로젝트 제로’를 소개했다. 프로젝트 제로는 뇌전증 발작을 제로(0)로 줄이겠다는 목표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뇌파·심장박동·동작 등 환자 신호를 직접 감지하는 웨어러블기기, 웨어러블기기와 연동해 뇌전증 발작을 감지하고 예측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성된다.
먼저 웨어러블기기는 형태에 따라 ‘제로 글래스’, '제로 와이어드', '제로 헤드밴드', '제로 이어버드', ‘제로 헤드셋’ 등 5종으로 나뉜다. 환자가 상황과 장소에 따라 적합한 기기를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다. 배터리 용량은 8시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앱은 기기가 측정한 데이터를 받아 환자가 잠을 잘 잤는지, 약을 잘 먹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뇌전증에 대한 영향을 받는지 등을 분석하게 된다. 뇌전증 발작이 감지되면 바로 응급조치를 할 수 있게끔 보호자나 의사에게 연락할뿐 아니라 발작 자체를 미리 예측할 수도 있다. 또 다양한 약물을 복용했을 때 발작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파악한다.
프로젝트 제로가 중요한 까닭은 뇌전증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의 질까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전증 환자는 발작과 함께 쓰러지면서 어딘가에 부딪쳐 뇌졸중이나 뇌진탕으로 바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수면 중에 발작을 일으키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보호자가 함께 있어도 안심하기 어렵다.
황 부사장은 “뇌전증 환자는 언제 발작이 일어날까봐 불안한 삶을 살고 이는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에게도 걱정이 된다”며 “뇌전증 환자에게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한 결과가 프로젝트 제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프로젝트 제로가 기존 약물이 제공하지 못하는 이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충분한 사업성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 SK바이오팜의 디지털 치료제 '제로 글래스'. < SK바이오팜 >
SK바이오팜에 따르면 현재 전체 뇌전증 환자의 30%는 약물을 비롯한 어떤 수단으로도 발작을 조절하지 못한다. 그리고 발작 조절이 어려운 환자 1천 명 중 2.3명이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SUDEP)한다. 뇌전증 발작이 잦을수록 돌연사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사장은 “뇌전증 발작을 예측해 뇌전증 자체가 미리 시작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환자들이 얼마를 내겠나”며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다면 시장에 충분한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프로젝트 제로 시제품을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 2023에 출품한다. 이후 시제품을 임상에서 활용해 치료용 의약품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디지털 치료제를 실제로 출시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부사장은 “디지털 치료제는 개발 기간이나 비용에서 신약보다 장점이 있다”며 “보다 빠르게 기존 신약과 융합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