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경기 하남의 한 실내주차장에서 디 올 뉴 그랜저 시승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디 올 뉴 그랜저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수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온 신형 그랜저는 지난 36년 동안 그랜저가 쌓아온 브랜드 헤리티지(유산) 위에 첨단 신기술과 디테일이 더해진 혁신적 모델이다. 지금까지의 그랜저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드릴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온라인으로 열린 '디 올 뉴 그랜저' 출시 행사에서 자신감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디 올 뉴 그랜저는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7세대 모델이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는 지난 5년 동안 국내 판매 1위를 놓치지 않은 현대차의 대표적 볼륨모델이기도 하다.
◆ 한층 웅장해진 미래지향적 외관, 곳곳에 깃든 플래그십 세단의 프리미엄 감성
7세대 그랜저는 본격적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 사전계약 고객만 10만9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해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찬 6세대 그랜저의 연간 판매량을 넘어서는 것이다.
새 그랜저가 사전계약의 뜨거운 반응을 실제 판매로 이어가 현대차 대표 세단으로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신형 그랜저를 직접 타봤다.
8일 경기 하남의 한 실내주차장에서 디 올 뉴 그랜저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그랜저 3.5리터 GDI 가솔린 모델의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에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파노라마선루프,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빌트인캠, 뒷좌석 VIP 패키지 등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5605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완전변경을 거친 신형 그랜저는 기존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입고 있는데 곳곳에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에 쏟아넣은 현대차의 기술력이 깃들어 있다.
▲ 디 올 뉴 그랜저 정면. <비즈니스포스트> |
시선을 확 잡아채는 수평형 LED 램프와 그 아래 각진 모습으로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미래적이면서도 강건한 인상을 풍긴다.
일자형 램프가 워낙 특징적이어서 현대차 스타리아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두 차종의 램프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일자형 램프에는 주간주행등(DRL)과 포지셔닝 램프(미등), 방향지시등 기능이 통합됐다. 중앙과 양쪽 세 부분의 구분이 분명한 스타리아와 달리 그랜저는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기다란 하나의 램프처럼 보인다.
이를 단절감 없이 구현하는 것이 램프 기술력의 핵심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신형 그랜저의 앞바퀴 위 펜더(덮개)와 보닛이 수직으로 만나는 지점에는 보통의 차량과 달리 이음새(파팅라인)가 없어 앞모습은 부드럽고 고급스런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소량생산하는 럭셔리 브랜드에서만 가능한 기술인 것으로 전해진다.
옆에서 보면 길고 부드러운 신형 그랜저의 차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 디 올 뉴 그랜저 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신형 그랜저는 기존 모델보다 전장은 45mm, 휠베이스는 10mm 각각 늘어나 전장(5035mm)은 제네시스 G80(4995mm)보다 길어졌다. 이는 유럽에서 E-세그먼트(준대형)와 F-세그먼트(대형)를 나누는 기준인 5천mm를 넘어서는 것이다.
C필러 위 차체 지붕에서 트렁크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라인 아래 위치한 삼각형의 오페라 글라스는 1세대 '각 그랜저'를 오마주한 것이라고 한다.
차량 뒷면에서는 앞면과 일체감을 주는 한 줄의 얇은 리어 콤비램프와 볼륨감이 느껴지는 입체적 라인이 눈에 띈다. 일자 램프 위 현대차 엠블럼은 'H'자 윗 부분을 누르면 트렁크를 여는 버튼 역할을 한다. 재밌으면서도 프리미엄 감성을 더하는 요소로 느껴졌다.
외관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제외하면 '각 그랜저'의 유산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고급스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형 그랜저의 실내에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편의성과 실용성이 돋보였다.
▲ 디 올 뉴 그랜저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
대시보드 중앙에서 수평으로 이어지는 공조기를 경계로 위쪽에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디스플레이가, 중앙 아래쪽에는 공조기 조작계를 통합한 10.25인치 콘트롤러가 자리잡고 있다.
보통 센터콘솔에 배치되는 기어노브와 여타 물리버튼들은 모두 다 1세대 그랜저를 빼닮은 스티어링 휠로 자리를 옮겼다.
기어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의 전자식 변속 레버를 위아래로 돌려 변경할 수 있는데 직관적이고 편리한 구성으로 느껴졌다.
◆ 고급 브랜드 뺨치는 정숙성과 반전의 스포티한 주행감성
시승은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출발해 경기 의정부시의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8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일반도로 주행에서 그랜저는 플래그십 세단의 웅장한 차체 만큼 부드럽고 고급스런 움직임을 보여줬다. 공도에 들어서서 가속페달에 힘을주자 부드럽게 밀고나갔다. 올리고 싶은 속도 만큼 매끄럽게 치고 나갔고 제동할 때도 안정적으로 멈춰섰다.
다소 단단하게 맞춰진 서스펜션은 노면의 상태에 따른 진동을 느끼게 하는 편이었이었으나 큰 덩치를 끌고 급커브를 반복하는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땅에 붙어 가는 듯한 안정감을 줬다.
몸집을 키워 고급 브랜드와 경쟁하면서도 현대차 제네시스 라인업의 양탄자를 타는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과 차별화한 선택인듯 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 액셀을 세게 밟자 한 박자 가속이 다소 지연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시승차량의 3.5리터 GDI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36.6kgf·m의 성능을 낸다.
주행모드를 노말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를 바꾸자 가속감에서 느낀 아쉬움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신형 그랜저는 액셀을 밟을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며 큰 차체를 튕겨내듯 움직였다.
다만 스포츠 모드 주행은 클러스터에 표시된 평균연비가 떨어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일 정도로 효율성 측면에서 단점을 나타냈다.
정숙성은 어떤 고급 브랜드도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100km 이상 고속으로 콘크리트 바닥에서 차를 몰 때도 노면의 소음과 풍절음을 잘 막아줬다. 고속도로에서 잠시 차창을 열었다 닫자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프레임리스(테두리 없는) 차 문 주변에 풍절음을 차단하는 3중 실링 구조를 적용하고 모든 좌석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장착해 고급 세단에 걸맞은 높은 정숙성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신형 그랜저에서 한층 진보한 고속도로주행보조(HDA2) 기능은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스마트크루즈 기능을 활성화하면 앞차와 간격과 차선을 스스로 유지하고 방향지시등만 켜면 차선도 알아서 변경한다.
기존 현대차 차량들 가운데는 스티어링휠을 쥐고 있어도 간간히 힘을 주지 않으면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가 울려 성가신 경우가 많았다. 이와 달리 시승차량은 10초 이상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야 경고가 나오고 손을 살짝 갖다대면 경고가 해제돼 활용성이 크게 높아졌다.
90분가량 이어진 80여 km의 시승 코스에서 신형 그랜저의 연비는 갈때 리터당 11.6km, 올때 리터당 10.5km를 보였다. 시승차량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9.0km다.(4륜구동, 20인치 타이어 기준)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