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다음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되면서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진 행장은 ‘100년 신한’의 기틀을 닦기 위해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등 시대적 요구에 우선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다음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8일 예상을 깨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이 내정됐다. |
8일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회장 최종후보로 진 행장을 선정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경영 실적이나 디지털 전환 등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재연임에 무난하게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만큼 이날 회추위 심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깬 이변이라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많이 나왔다.
진 행장 역시 회추위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장 면접을 준비했지만 이렇게 기회가 빨리 올지 몰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 회추위는 진 행장의 경영 능력뿐 아니라 고객 중심 철학에도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진 행장은 2019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회장 후보에 올랐는데 두 번 모두 고객과 함께 가야한다는 점을 이사들에게 강조했다.
진 행장은 이날 회추위 면접에 들어가기 전 강점이 뭐냐고 묻자 “은행장으로서 4년 동안 추진해 왔던 고객 중심에 대한 부분을 이사들에게 말씀드릴 것이다”고 대답했다.
신한금융지주 회추위는 다음 3년 동안은 진 행장의 고객 중심 철학이 그룹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를 특히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지주 회추위는 세대교체를 통해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 신뢰에 금이 갔던 과거와 확실히 선을 그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진 행장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회추위가 끝난 뒤 라임펀드 사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조 회장도 펀드사태로 인해 고객들이 피해를 본 것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 등으로) 고객들이 피해를 많이 봤고 내가 직접 사표를 받기도 했다”며 “누군가는 (라임사태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신한금융그룹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등을 꼽았고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추위가 열린 이날만 해도 독일헤리티지펀드 피해자 연대가 본사 앞에서 분쟁조정 수용과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했다.
신한은행이 9월 ‘피델리스펀드’ 투자 피해자들로부터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당한 것도 있다.
진 행장은 최우선 과제를 묻자 “시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내부통제라든지 소비자 보호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진 행장이 회장에 오른 것을 두고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의 경영능력을 두고서는 딱히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성재호 회추위원장은 “후보 추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함께 그룹 내외부 에너지를 축적하고 결집시키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진 행장 추천이유를 능력이라고 명쾌하게 밝혔다.
진 행장은 무엇보다 온화하고 소탈한 성격에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는 스타일로 그룹 내부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업무회의에서 ‘오케이’라는 말을 하며 임직원의 의견을 잘 받아들여 별명은 ‘오케이 진’이다.
신한은행에서 요직으로 여겨지는 일본 오사카지점장을 지내면서 재일교포 주주들과도 두터운 친분 관계를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여신심사부 부부장, 자금부 팀장, 오사카지점장, SBJ은행 법인장, 경영지원그룹장 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운영담당 부사장을 거쳐 2018년 신한은행장에 선임됐다.
그는 1961년 2월21일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났다. 서울 덕수상업고등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