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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회사의 자구안에 대한 반발의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박대영 사장이 조기에 노사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삼성중공업에 노조가 탄생할 수도 있다.
◆ 노동자협의회 반발 강화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노동자 120여 명은 29일 서울 서초 삼성사옥 앞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상경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방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정부와 채권단, 경영진, 노동자협의회가 함께 모여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협의회는 삼성사옥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비원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그러자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부회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물러나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으로 이동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28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9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번 파업 투표 찬성율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벌인 파업투표 찬성률 85%를 넘어서 조선업계 대표 강성노조인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임단협 파업투표 찬성률 93%에 육박한다.
이전 노동자협의회의 파업 찬성률보다도 높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해 초 해를 넘긴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투표를 진행했는데 당시 찬성률이 87%였다. 2011년 임금교섭 파업 찬성률은 90%였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정식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파업투표 가결만으로 파업권이 확보된다. 언제든 파업이 가능하다.
박대영 사장은 “최대한 파업을 막아볼 것”이라며 “이제라도 대화를 통해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사장은 “노동자협의회가 자구안에 협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내보였다.
박 사장은 “파업을 하더라도 생산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파업을 하면 회사가 은행의 관리를 받게 돼 노동자협의회 입장에서도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협의회의 파업 위협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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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29일 서울 서초 삼성사옥 앞에서 구조조정에 항의해 미래전략실에 보내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
◆ 삼성중공업에 노조 등장할까
삼성중공업이 노동자협의회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1999년 이후 17년 만의 파업이 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의 파업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창업주가 무노조 원칙을 세운 이후 지금까지 그 뜻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의 구조조정 반발이 거세지면서 노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사측과 규약에 따라 단체교섭과 파업 등 노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노동3권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은 노조 전환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있다. 원활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노사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이 노동자협의회의 노조 전환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삼성그룹은 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종합화학 노조 설립 등 홍역을 치렀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비정규직 노조고, 삼성종합화학은 한화그룹에 곧바로 매각됐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그룹에서 직원이 네 번째로 많은 삼성중공업에 정규직 노조가 탄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노동자협의회의 움직임에 삼성그룹 차원에서 촉각을 곤두세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중공업 구조조정이 노사갈등으로 발목이 잡힌다면 박대영 사장도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 들어와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추진했다가 무산되며 그룹의 사업재편에 차질을 빚은 사례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