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중국 사업에 대해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하는데다 고정비 부담이 지속돼 정 회장으로서는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중국 부진이 길어지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중국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사 베이징현대는 판매 부진으로 올해 3분기에도 대규모 순손실을 봐 현재 진행하는 자본금 확충의 효과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베이징현대의 3분기 순손실에 따라 1222억8800만 원 규모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는 올해 2월 베이징현대에 모두 60억 위안(1조1천억 원) 규모의 증자를 결정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가 지분 50%, 베이징차가 지분 50%씩 보유하고 있다. 증자도 절반씩 참여해 현대차도 5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게 되는 것이다.
6월에 한 차례 증자대금을 납입한 뒤 12월 납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며 자본금 확충을 위한 노력이 빛이 바랠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차는 고정비 절감을 위해 베이징현대의 중국 베이징 1공장을 지난해 5월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생산능력 대비 판매량이 너무 떨어지면서 고정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베이징1 공장을 매각하기 전 중국에서 모두 공장 5곳을 운영하며 연간 165만 대 규모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중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판매량은 2016년 180만 대에서 2021년 46만 대로 5년 만에 2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합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에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자동차를 28만1천 대를 판매했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6.6%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하면서 생산능력을 연간 120만 대까지 줄였지만 판매량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런 탓에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이후 중국 현지언론에서는 베이징 2공장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기아의 중국사업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기아의 2022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기아의 중국 합작법인 기아기차유한공사는 자본 잠식에 빠진 상태다. 기아기차유한공사의 3분기 자산총액은 2조1240억 원인데 부채총액이 2조2792억 원으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됐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누적 적자가 커져 그동안 발생했던 이익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했던 자본금까지 완전히 소진된 상황을 말한다.
기아가 올해 2월 6억 달러(약 74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한 지 7개월 만에 다시 자본잠식에 빠진 것이다.
애초 기아의 중국합작법인는 기아(50%)와 장쑤위에다(25%), 둥펑자동차(25%) 등 3자 체제였는데 둥펑자동차가 2021년 말 지분 전량을 장쑤위에다에 매각하고 손을 뗐다.
기아는 증자와 함께 중국 장쑤성 옌청시와 ‘기아-옌청시 투자 확대 협약’을 체결하면서 올해를 중국 사업 반등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판매량 부진이 이어지면서 결손금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 회장은 평소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여기고 있던 만큼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셈이다.
2019년 수석부회장시절부터 정 회장은 제네시스의 중국 재진출을 강조하면서 현지 판매량 회복에 힘을 실어왔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중국 수소연료전지 생산공장 착공식에 직접 참석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브랜드로 재도약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하지만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정 회장은 중국 사업에서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산업을 키우고 있는데 자국 전기차 업체들의 위세가 높아 현대차그룹은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에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4월 현대차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현대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를 처음 공개하면서 해마다 중국에 전용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신차를 출시해 2030년까지 13개 전동화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올해 11월 현재까지 중국에서 아이오닉5는 출시되지 않았다.
기아도 올해 8월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서 열린 2022 청두모터쇼에 참석해 2030년까지 중국에서 전기차 6종을 투입해 중국에서 재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중국에서 전용 전기차를 출시하지 못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19년 103만5752대, 2020년 105만4169대, 2021년 271만7937대로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뿐 아니라 세계 주요 시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2022년 전기차 판매 예상치를 기존 480만 대에서 550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전기차 비중도 지난해 14.8%에서 올해 큰 폭의 상승세가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현대차그룹이 현지법인 지분을 털고 중국에서 철수한다면 2010년대 이후 중국 현지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수소연료전지 공장 투자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더구나 중국 시장에서 한 번 철수하게 되면 다시 진입하기도 어려워지는 만큼 정 회장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중국에서 친환경차 브랜드로 재도약 하기 위해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