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을 맞이해 여러 프로모션 행사를 기획했다. 올해는 월드컵 기간까지 겹쳐 '겹호재'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진은 미국 현지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관련 홍보 포스터. < CN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 |
[비즈니스포스트] 유통업계가 소비 대목을 맞이했다.
미국의 연중 최대 쇼핑행사로 꼽히는 ‘블랙프라이데이’뿐 아니라 ‘카타르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축제가 겹쳤다.
유통업계는 흔히 찾아오지 않는 ‘겹호재’에 소비심리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1일 유통업계 동향을 보면 국내 주요 이커머스기업들이 다가오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과 SSG닷컴, G마켓·옥션, 11번가, 컬리, 롯데온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모두 빠지지 않았다.
쿠팡은 21일부터 27일까지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을 대거 할인해 판매하는 기획전을 연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 전자제품 브랜드 샤오미를 비롯해 다이슨,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최대 70% 싸게 살 수 있다.
SSG닷컴 역시 27일까지 ‘SSG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연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글로벌 명품 및 인기 상품을 일주일 동안 최대 80% 싸게 판다.
G마켓과 옥션은 ‘해외직구 빅세일’이라는 이름으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마련했다. 21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G마켓 행사는 일부 품목을 50%까지 할인해준다.
11번가는 아마존과 손을 잡고 행사에 나선다. 11번가는 ‘글로벌 우주 스케일 할인이 시작된다’며 행사를 홍보하고 있는데 23일부터 30일까지 인기 상품을 저렴하게 내놓는다.
컬리와 롯데온은 ‘블랙위크’라는 이름으로 관련 행사를 기획했다.
컬리는 최대 적립금 1천만 원 혜택과 더불어 최고 62% 할인 혜택을 25일까지 제공하기로 했으며 롯데온은 27일까지 뷰티와 명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제품으로 최대 70% 할인해준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할인 행사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까닭은 블랙프라이데이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애초 미국에서 유래한 유명한 쇼핑 행사다. 미국 유통업계는 미국 최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넷째 주 금요일에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 할인율만 80~90%에 이르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할인 품목이 워낙 다양하고 할인율도 크다 보니 미국 소비자들이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날로 유명하다. 미국 소비자의 70%가 블랙프라이데이에 한 번이라도 소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유통업체들은 이 행사로 1년 매출의 70%를 낸다고 알려졌다.
1년 내내 적자를 보던 기업들이 이날을 기점으로 장부에 검은 잉크(Black ink)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에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돌 정도다.
물론 한국에서 진행되는 여러 기업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미국 유통기업의 행사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에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얼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 직구족’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효과를 무시하기 힘들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 탓에 블랙프라이데이를 활용한 구매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대규모 할인을 향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10월 말부터 대규모 프로모션 행사에 숨죽여왔던 국내 유통업계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유통업계는 핼러윈데이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성수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10월 말부터 관련 프로모션을 여럿 기획했었다. 하지만 10월 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 여파로 사회적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자 유통업계는 준비했던 행사를 모두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몸을 극도로 낮췄다.
최근에서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가 크리스마스와 관련해 오프라인 매장 단장을 조심스럽게 알리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와 비교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유통업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적극적 홍보 없이도 자연스러운 소비심리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심리지수를 보면 유통업계가 블랙프라이데이에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월 기준 소비심리지수는 88.8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 기대심리가 과거(1999년 1월4일~2008년 2월4일)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소비심리지수는 올해 5월까지만 하더라도 100 이상을 보였지만 6월 96.4로 떨어진 데 이어 다섯 달 연속으로 100을 밑돌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지구촌 축제인 카타르 월드컵 기간과 겹친다는 점도 유통업계에는 호재다.
월드컵은 통상 여름에 열린다. 하지만 올해는 카타르의 무더운 날씨를 감안해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11월21일에 개막했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과 시기가 겹치는 만큼 유통업계는 이를 ‘겹호재’로 보고 관련 마케팅을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를 비롯해 식음료기업 등은 모두 한국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는 명분으로 고객들의 관심 끌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특수를 노려온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촌치킨과 BBQ치킨, bhc치킨 등은 한국 대표팀의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에 맞춰 사이드메뉴 무료증정 등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