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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롯데건설 지원, 10년 전 '두산 악몽'과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11-14 15: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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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 우려를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위기 우려의 진원지는 롯데건설이다. 현재 롯데건설은 시장의 자금 경색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면서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1조 원이 넘는 돈을 끌어왔다.
 
롯데그룹의 롯데건설 지원, 10년 전 '두산 악몽'과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 우려를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이 롯데건설에 1조 원 이상을 지원했다. 이것으로 끝일까, 시장은 걱정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모습.

롯데그룹은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의 사례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돕다가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롯데그룹은 이와 같은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14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건설이 계속해서 계열사들로부터 유상증자와 자금대여를 받는 일을 두고 롯데건설 지원이 롯데그룹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롯데건설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하단에 위치하는 계열사다. 단순화하면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건설’, ‘호텔롯데→롯데건설’ 등의 축이 존재한다.

롯데건설은 지배구조에서 상단에 존재하는 롯데케미칼, 호텔롯데에서 유상증자 형태로 자금을 지원받았다. 뿐만 아니라 단기차입 형태로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우리홈쇼핑에서도 돈을 빌렸다.

롯데건설이 이들 계열사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돈은 1조 원이 넘었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이렇게 지원이 집중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롯데건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신용평가기관은 보고 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최근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꾼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거의 동시에 내놨다. ‘롯데건설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를 두고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롯데건설의 단기 유동성을 지원해주기 위한 차원에서 계열사들이 나선 것일뿐 그룹의 전반적 위기와는 무관하다”며 “오히려 롯데건설의 상황을 나몰라라 했다면 그것이 시장에 더욱 부정적인 신호를 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롯데건설은 현재 자금 외적으로 봤을 때 수주와 실적 측면에서 모두 문제가 없는 양호한 회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의 현재 모습에서 두산그룹의 과거 모습이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두산건설은 2010년 전만 하더라도 시공능력평가 기준 10위권의 건실한 건설사였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 사태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돈줄이 막히면서 급격히 자금난에 빠졌다. 천안, 용인, 화성 등 전국 각지의 다른 주택공사도 미분양으로 회사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의 재무 위기에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고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약 2조 원을 지원했지만 두산건설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두산중공업은 결국 지난 2020년에 채권단에 손을 벌려 3조 원이 넘는 긴급자금을 수혈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그룹의 알맹이를 대부분 팔아치웠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뿐 아니라 그룹의 미래라 불렸던 두산솔루스, 그룹의 상징 두산타워도 이 때 팔렸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지원하면서 지금의 롯데그룹과 비슷하게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당시 “두산건설의 단기 자금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건설 지원 당시 두산중공업의 상황이 좋은 편이었지만 이후 사업환경 악화로 이익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도 일부 롯데그룹 사정과 겹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학업황 악화로 롯데케미칼의 현금 창출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증권가에서는 진단한다.

롯데그룹 차원의 지원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당초 롯데건설이 유상증자와 단기차입을 결정한 10월18~20일경만 하더라도 6천억~7천억 원 정도면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3주가 지나면서 계열사들의 총 지원 금액은 1조1천억 원대까지 불었다. 앞으로 추가 자금 투입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기 힘든 이유다.

다만 롯데건설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은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롯데건설은 올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신규 수주에 꾸준히 성과를 낸 덕분에 미래 일감을 넉넉히 확보해놓고 있다. 단기 유동성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이번 고비를 넘기면 충분히 자체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롯데건설이 계열사에서 단기 차입 형태로 돈을 빌리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장기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면 장기 차입 형태로 돈을 빌렸을 테지만 급한 불만 끄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3개월 만기 형태로 자금을 빌렸다는 것이 '문제 없다'는 자신감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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