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10조 원 넘는 도시정비 신규수주를 기대했지만 아깝게 코앞에서 멈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9조3천억 원의 도시정비 신규수주를 확보했는데 10조 원 기록달성의 기회가 될 울산 쪽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9조3천억 원도 건설업계 신기록이고 4년 연속 1위라는 점에 변화는 없다.
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경기 고양시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사업(792세대, 예상 공사비 2800억 원)과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4080세대, 예상 공사비 1조 원)의 시공사 선정이 2023년 초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사비만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의 입찰이 유찰된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결전을 벌일 것으로 보여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공능력평가 1·2위의 두 건설사는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사업(공사비 1182억 원)을 두고 경쟁을 펼친 이후 15년 만에 맞대결을 앞뒀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부동산 경기침체, 미분양 등 대외적 경영상황과 사업성 등에 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마감일인 지난 1일까지 입찰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현대와 삼성이 모두 조심스러워하지만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 참여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
삼성물산은 전날(2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사업 참여 의지는 절대 변하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 안에 사업제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대외적 경영상황을 고려해 지금 입찰이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지 사업 참여에 관한 의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는 울산 지역의 부동산경기가 크게 악화하고 있어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려는 행보로 읽힌다.
국토교통부의 9월 주택통계를 살펴보면 울산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1426세대로 전월보다 84% 급증해 2016년 5월 이후 6년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이에 울산 지역의 부동산 경기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며 B-04구역 재개발사업의 순항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다만 조합이 빠른 사업추진을 위해 힘쓰고 있어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
지수형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능하면 올해 안에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연말에 관리처분인가를 위한 총회 개최도 예정돼 있어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 이후 2023년 상반기에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철거에 들어간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 2일 입찰 마감 이후 긴급하게 조합임원과 조합자문단 통합회의를 열고 시공사 선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입찰재공고를 내는 방안과 함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을 두 곳에 제안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컨소시엄 구성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부동산시장이 악화하고 있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서는 수의계약과 관련된 공문을 아직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올해 안에 시공사가 선정될 여지도 남아있지만 현대건설의 도시정비 신규수주 10조 원 돌파는 어려워 보인다.
조합의 의지와 달리 시공사 선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을 이뤄 올해 안에 수주를 한다고 해도 5천억 원 규모의 수주를 추가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경기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사업도 2023년 1월에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다.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8월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들 사업과 별도로
윤영준 사장은 사실상 이미 4년 연속 도시정비 신규수주 1위를 확정지었다. 또한 3년 연속 도시정비 신규수주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대건설은 2019년 도시정비 신규수주 2조8322억 원을 거둬 1위에 올랐고 2020년 4조7383억 원을 거둬 현대건설의 종전 최고기록을 넘어섰다.
이 뒤에 2021년 5조5499억 원을 달성했고 올해 9조3천억 원을 기록하며 GS건설이 2015년에 세운 8조100억 원의 국내 도시정비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올해는 다른 건설사들을 압도적인 격차로 앞서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거나 단독입찰에 따라 수주 가능성이 높은 곳을 감안한 건설사별 수주 기대금액을 보면 현대건설은 9조 원 이상, GS건설은 6조 원,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4조 원대, DL이앤씨 3조 원 수준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업계 최초 9조 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수주 달성과 더불어 4년 연속 1위 수성이 확실시 된다"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만큼 도시정비 선도 기업으로서 더 큰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업계의 모범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