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는 2022년 말 유럽에서 빌트인 라인업을 강화해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류재철 LG전자 H&A(가전)사업본부장 부사장 |
[비즈니스포스트]
류재철 LG전자 H&A(가전)사업본부장 부사장이 가전사업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를 유럽 빌트인(붙박이) 시장에서 찾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냉장고와 같은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이런 강점을 빌트인 가전에도 접목해 밀레, 보쉬 등 유럽의 빌트인 가전 명가들을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H&A(가전)사업부가 글로벌 소비 침체에 직격탄을 맡아 2023년 상반기까지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H&A사업부는 3분기 수익성이 부진했는데 채널 재고 소진을 위한 마케팅 비용 집행이 늘어난 데다 원가 부담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물류비 부담도 이어지고 있어 2023년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가 가전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류재철 부사장은 빌트인 가전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빌트인 가전은 가구업체와 가전업체가 협업해 디자인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일반가전보다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다. 또 주로 기업사이거래(B2B)로 판매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전자는 올해 2월 북미에서 가스레인지, 인덕션, 수비드 조리 기능을 모두 갖춘 프로레인지와 컨버터블 냉장고, 와인셀러 등 맞춤형 빌트인 가전을 출시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는 북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말 유럽 빌트인 시장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미국에서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가 작년 대비 60% 이상 성장하며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며 “미국은 이미 궤도에 어느 정도 올라간 만큼 연내에 유럽 빌트인 라인업을 강화해 새 제품 양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빌트인 가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유럽은 북미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방 면적이 좁아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크다. 이 때문에 가전과 가구를 일체감 있게 설치할 수 있는 빌트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유럽 빌트인 시장 규모는 약 224억 달러로 글로벌 빌트인 시장의 약 38%를 차지했다. 글로벌 전체 가전 시장에서 빌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LG전자는 빌트인에서도 최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6월 이탈리아에서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디자인전시회 ‘밀라노 디자인위크’에 참가해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빌트인 가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식탁이나 조리대 아래 벽면에 내장할 수 있는 와인셀러, 냉장고 하단에 4개의 서랍을 탑재한 제품이 전시됐는데 와인셀러는 300만 원, 냉장고 가격은 무려 1800만 원에 이른다.
LG전자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유럽 명품 가구회사인 발쿠치네, 시크, 지메틱, 불탑 등과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유럽은 밀레나 가게나우 등 현지 빌트인 가전제품들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LG전자가 사업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빌트인에도 LG전자의 차별화된 디자인이 접목된다면 유럽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9월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인 ‘IFA 2022’에서 기분에 따라 냉장고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을 공개했는데 유럽 가전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고객이 가전제품을 구매한 뒤에도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UP기능과 LG씽큐를 통한 LG전자 가전제품의 기기연결성도 밀레 등 유럽 경쟁자와 차별화하는 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
유럽 가전업체들도 최근에는 가전제품의 스마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나 오래전부터 기기연결성에 주목해 성능을 높여온 LG전자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한참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전제품은 프리미엄화가 진행되는 추세이고 LG전자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며 “LG전자는 가전사업에서 빌트인을 비롯해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점차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