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지난해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건강),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을 '4대 성장엔진'으로 삼고 투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위기에 한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 CJ그룹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7일 그룹의 주요 경영진 미팅을 가지고 중기비전 실행안 마련을 주문했다. CJ그룹은 컬쳐,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블리티 등 4대 성장엔진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8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27일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모두 소집해 '그룹 CEO미팅'을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회장은 자신이 1년 전에 발표한 그룹의 중기비전인 4대 성장엔진의 성과를 점검하고 2023년 이후 그룹의 성장 전략과 실행 방안을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CJ그룹 주요 경영진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매해 사장단 회의를 가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달리 이 회장은 주요 경영진을 소집해 자주 회의를 갖는 편은 아니었다. 2018년 12월16일에 열린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도 6년 만에 열린 것이었다.
이 회장은 “2023~2025년은 CJ그룹이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국내시장에 안주해 쇠퇴의 길을 가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이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그동안 뜸했던 주요 경영진 회의를 임원인사를 단행한 지 사흘만에 열고 이 회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실행'이다.
이 회장은 "주요 경영진들이 ‘온리원’ 철학을 담은 비전을 가지고 초격차 역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내년에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처럼 신속한 실행을 강조한 것은 대외 환경이 1년 사이 급변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들어 원부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우크라이나 사태, 국내 회사채 시장 경색 등으로 CJ그룹은 위기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이 회장은 4대 성장엔진 발표 당시와 달라진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전략 수립을 주문한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이 새로운 중기전략의 키워드로 '재무전략 고도화'를 꺼내든 점이 주목할만하다. 이는 CJ그룹의 대규모 투자에 앞서 잠재 불안 요소로 꼽히는 재무적 위험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CJ그룹의 차입금은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2분기 말 기준 CJ그룹의 순차입금 규모는 16조 원에 이른다.
CJ그룹의 순차입금은 2015년까지 해마다 7조 원 안팎을 유지하다가 '그레이트 CJ' 전략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2019년 3분기 말 기준 16조9천억 원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은 2019년 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면서 CJ그룹 계열사들의 자산 및 사업부를 매각하고 재무구조 개선용 영구채를 발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 결과 2021년 1분기 말 기준 CJ그룹의 순차입금은 12조3천억 원까지 줄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회사채 시장 위축 상황 역시 CJ그룹의 투자계획 재점검 필요성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기비전을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건강)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4대 성장엔진에 10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에는 2025년까지 20조 원 규모로 투자 연한과 규모를 키웠다.
CJ그룹은 4대 성장엔진 전략 추진이 본격화된 만큼 규모가 늘어난 투자계획과 관련한 실행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 분야의 성과를 살펴보면 CJ제일제당은 7대 글로벌 전략 품목(만두·치킨·김치·소스·즉석밥·김·롤)의 외형 성장을 위한 제품 출시와 해외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큰 매출을 내고 있는 만두를 제외한 김, 롤, 즉석밥의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올해 7월에는 유럽지역 공략 의지도 밝혔다.
문화 분야의 또 다른 축을 맡고 있는 CJENM은 엔데버콘텐트(현 피프스시즌) 인수(2021년 11월) 및 CJENM스튜디오스(2022년 4월)·스튜디오드래곤재팬(2022년 5월) 설립 등을 통해 장르별 특화 콘텐츠 생산체제를 확립했다.
플랫폼 분야에서는 성과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CJ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통해 2023년까지 가입자 수 8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내걸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9월 월간 활성사용자 수는 418만 명으로 12월 합병이 예정된 KT 씨즌의 가입자를 합쳐도 547만 명에 그친다.
CJENM 커머스부문(CJ온스타일)은 홈쇼핑에 쏠린 비중을 이커머스와 모바일 등으로 다양화하기 위해서 카테고리 확장 및 수익성 강화를 위한 자체브랜드 상품 출시에 나섰지만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률 부진에 빠져 있다.
CJ올리브영은 K-뷰티 역직구 플랫폼 올리브영글로벌몰이 순항하고 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글로벌몰의 매출은 2021년 1년 동안 145% 성장한 데 이어 올해 매출(3분기 누적 기준)도 2021년 같은 기간보다 80% 늘어났다.
웰니스 분야에서는 외부기업 인수를 통해 바이오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월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시키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제약사업의 시작을 알린 데 이어 네덜란드 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업체 바타비아를 인수해 2024년 3분기 완공을 목표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분야는 순항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5월 해양생분해플라스틱(PHA) 생산에 들어갔으며 유한킴벌리, 호텔체인 아코르와 손잡고 이를 활용한 제품 개발과 상용화에 나섰다. 또한 식물성 대체육사업을 위한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하고 인천에 연 1천 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CJ그룹은 2025년까지 문화 분야에 12조 원, 플랫폼 분야에 7조 원, 웰니스와 지속가능성 분야에 1조 원씩을 각각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