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은둔 경영’에서 소통하는 ‘열린 경영’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2022년 8월19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 뒤 직원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회장이 그룹 안팎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열린 경영'으로 삼성전자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고 이건희 회장이 '은둔 경영'의 자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 안팎에서
이재용 회장은 변화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 갈음한 글에서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변화에 유연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고 말하며 ‘열린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의 기존 권위적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탄력적이고 개방적 조직문화를 확립하고 회사 내부뿐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는 경영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경영스타일을 이전과 180도로 바꾼 베경에는 삼성이 마주하고 있는 녹록하지 않은 경영상황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삼성에서 최근 다른 기업으로 이탈하는 인력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어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보다 나은 연봉조건과 수평적 기업문화를 지닌 경쟁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면서 삼성 계열사 가운데 저연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수면담을 실시한 사례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회장 시대까지만 해도 총수를 정점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직적 조직문화가 강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초중반 출생한 세대)가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종래의 딱딱한 조직문화에 불만을 갖는 사례가 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회장이 미래사업에서 핵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8월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MZ세대 직원과 간담회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
이재용 회장은 최근 특별사면 뒤 공개 경영활동을 재개하면서 직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는데 집중했다.
이재용 회장은 경영활동 재개 뒤 첫 일정으로 올해 8월19일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 연구개발단지 기공식 참석 후 바로 화성캠퍼스로 이동해 반도체 부문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그 뒤 같은 달 24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면서 임직원들에게 다가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직원이 “출근 전 아내에게
이재용 부회장(당시 직급)과 같이 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며 사진촬영을 요청하자 흔쾌히 사진을 함께 사진을 직고 영상통화 기능으로 직원 가족들과 통화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재용 회장이 이처럼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수평적 조직문화 없이 창의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에 갈음하는 글에서도 이 회장은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 조직을 만들고 인재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삼성’이 나아갈 방향으로 ‘사회 공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삼성은 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및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짚었다.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사법절차를 밟으면서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사회와 소통하지 않고 ‘은둔 경영’을 이어가서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 낸 입장문에서도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기 위해 앞으로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