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2-10-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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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 발등에 소비자 소송이라는 또 다른 불똥이 떨어졌다.
판교 SKC&C 데이터센터 화재로 각종 서비스가 '먹통'이 돼 피해를 보거나 불편을 느낀 서비스 이용자들의 피해 보상 요구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들의 피해 보상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업계에서는 카카오에 대한 이용자 불신이 지속된다면 향후 플랫폼 사업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카카오 판교 사옥 입구.
19일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이 법적분쟁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안티 카카오',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등의 카페들이 개설됐다. 이들은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소송대리인으로 나선 신재연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는 17일 "화재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카카오의 과실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카카오는 16일부터 유료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한 보상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부수적 피해에 대한 보상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적절한 보상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법적 소송을 마주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 대응 컨트롤타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 다음 주 중 피해 신고 채널을 마련하고 보상 범위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 겸 공동체 센터장이 위원장을 맡고 본사와 주요 자회사의 책임자들이 참여한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인조사 소위원회, 재난대책 소위원회, 보상대책 소위원회 등 3개 분과로 구성된다.
플랫폼업계의 시선은 보상대책 소위원회에 쏠려 있다. 카카오가 이번 장애로 피해를 경험한 이용자와 파트너 등이 만족할 수 있는 보상 정책을 수립해야 이용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카카오 입장에서는 향후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더라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일부 이탈도 경험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앱시장 무료앱 순위(안드로이드 기준)를 살펴보면 라인, 티맵, 네이버지도, 우티가 1~4위를 형성하고 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다음날인 16일 메신저 앱 하루 사용자 수를 살펴보면 카카오톡은 200만 명이 줄었다.
반면 네이버 라인은 85만 명, 텔레그램은 22만 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 서비스의 이용이 늘어난 것이다.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도 티맵으로의 이동이 이어졌다.
화재가 발생한 15일 티맵 대리운전은 기존 토요일 동시간대 대비 수요가 4~7배 가량 증가했다. 플랫폼업계에서는 기존 30%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T대리 이용자 수요를 티맵이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티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계정에 '노란택시도, 노란대리도 불러도 소식 없다면'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홍보 이미지를 업로드하기도 했다. 노란택시는 카카오T 택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카카오 이용자 이탈을 일시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서비스들의 대체 불가능한 장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서비스 정상화 시 이용자의 구조적 이탈은 제한적일 전망이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카카오톡 사용자 수는 16일 3905만 명으로 감소했다가 17일 4093만 명으로 화재 전날 4112만 명에 가깝게 회복됐다.
특히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운데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나 락인(Lock-In)효과가 강한 서비스의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웹툰, 웹소설 등을 서비스하는 카카오페이지다. 카카오페이지가 독점 제공하는 콘텐츠를 네이버나 타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차츰 회복한다는 것이다.
간편결제·송금서비스인 카카오페이 역시 이용자가 금액을 먼저 적립금으로 충전하고 사용하는 방식이라 적립금을 전부 사용하기까지는 이용자의 이탈 가능성이 적다.
카카오의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은 음원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경쟁사와 큰 차이점이 없지만 기간 정액제로 서비스된다는 점에서 이용자 이탈이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16일 멜론의 기간정액제 이용자들에 대해 3일 간 사용기간 연장을 발표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