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투자를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중국 생산투자 확대가 오히려 다급해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중국 정부 정책에 따라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 중국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임을 앞두고 해외 기업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투자 지원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
18일 중국 차이나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른 시일에 해외 기업의 중국 투자와 관련한 대규모 지원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자오첸신 국가발전위원회 부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국은 해외 기업의 시설 투자와 생산 및 설비 운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시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책을 통해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며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더욱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구체적 지원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첨단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인프라 구축 지원과 보조금 등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의 투자 지원 정책을 언급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중국의 기술 자주권 확보와 글로벌 영향력 확대 계획을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 및 미국 내 반도체공장 투자 지원 등 정책에 맞서 다른 국가와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외 반도체기업의 중국 내 공장 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에 정면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22일까지 진행되는 공산당 대회를 끝내고 연임을 확정지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해외 기업 시설투자 지원 정책은 시진핑 3기 정부에서 추진해 나갈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특히 현지에 이미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데 적극적으로 힘쓸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에서 중국 투자와 관련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중국 반도체공장 투자에 속도를 내야만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주요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미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기업은 앞으로 1년 동안 이런 규제에서 면제돼 계속 생산 투자를 벌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1년 뒤부터 중국 반도체공장에 장비를 반입하기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처지에 놓인 만큼 기존에 계획하던 투자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할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 수요 증가 전망과 현지 경쟁업체들의 반도체공장 투자 확대 계획을 고려한다면 선제적으로 시설 투자를 벌여야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투자 확대를 돕는 정책을 앞세운다면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이를 계기로 중국에 시설 투자를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
그러나 중국 반도체공장 투자가 한국과 미국의 외교관계 등에 밀접하게 얽혀 있는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음 놓고 투자를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의 외교적 압박을 우려한 한국 정부가 반도체기업들의 중국 투자에 부정적 시선을 보일 수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고객사 확보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반도체장비 반입 규제 면제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조치라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에 고민을 안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지금과 같은 미국의 압박이 지속된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투자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성과를 온전히 거두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중국은 결국 YMTC 등 자국 반도체기업을 육성해 한국과 같은 해외 기업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궁극적 목표를 두고 있다. 한국 반도체기업도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성장 기회를 찾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결국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의 반도체 투자 확대를 장려하는 일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 큰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자오첸신 부국장은 “중국의 자급체제 구축은 해외 기업과 관계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해외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국제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