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제너럴모터스)가 내년 봄 미국에서 출시하는 소형SUV 트랙스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 한국GM 창원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트랙스 완전변경 모델. |
[비즈니스포스트] GM(제너럴모터스)이 내년 봄 미국에서 출시할 소형SUV 트랙스 완전변경 모델의 한국 생산이 유력하다.
한국GM은 신형 트랙스를 성공적으로 양산해 경영을 정상화함으로써 추가로 전기차 일감까지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은 내년 봄 미국에 출시하는 소형SUV 트랙스 풀체인지 모델을 한국GM 창원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GM 전문 뉴스매체 'GM 오소리티(Authority)'는 최근 "풀체인지 트랙스는 한국에서 제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본격 생산에 앞서 GM의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는 최근 미국에서 트랙스의 풀체인지 모델 '디 올 뉴 트랙스'를 공개했다.
풀체인지 트랙스는 기존 모델과 비교해 디자인을 크게 개선하고 몸집을 확 키웠다. 인기차종 브랜드인 트랙스의 이름만 계승할 뿐 완전 새로운 차가 나오는 것이다.
스콧 벨 쉐보레 부사장은 보도자료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트랙스에는 더 많은 공간, 더 많은 기능, 더 많은 스타일로 고객을 기쁘게 하는 보급형 차량이다"며 "쉐보레 브랜드로 진입하는 관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랙스는 GM의 자동차 판매에서 의미가 큰 차량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최초 소형SUV 시장의 문을 연 트랙스(형제차종 앙코르 포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으로 한국 수출차량 가운데 전체 1위를 차지한 차량이다. 2018년 미국으로만 약 14만 대가 팔려 나갔다.
기존 트랙스는 2019년과 2020년 상반기에도 미국에서 각각 연간 22만9218대, 반기 7만4979대가 팔리며 미국 소형SUV 판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2020년보다 절반 넘게 꺾이며 GM은 올해 안에 기존 트랙스 생산을 중단할 계획을 세웠다. 기존 트랙스는 한국GM 부평2공장에서 생산됐다.
이런 가운데 출시 10년 만에 예고된 2세대 풀체인지 트랙스의 출시는 한국GM의 판매 실적을 크게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풀체인지 트랙스가 한국GM이 GM 본사로 부터 2018년 5월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배정을 약속받은 글로벌 판매용 CUV 신차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GM은 내년에 출시하는 신차 CUV 생산을 위한 창원공장 신규 설비 공사를 올 3월 마무리하고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새 CUV 모델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GM은 이달 풀체인지 트랙스를 공개하며 생산공장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미국 현지 언론들은 내년부터 CUV 신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 한국 창원공장에서 풀체인지 트랙스를 생산할 것으로 보고있다.
풀체인지 트랙스의 제원은 전장 4537mm,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2700mm, 전폭 1823mm로 구형보다 전장은 282mm, 휠베이스는 145mm 길고 전폭은 48mm 넓어 외형과 실내공간에서도 확실한 차이를 나타낸다.
다만 전고(차높이)는 1560mm로 120mm가량 낮춰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이는 국내 소형SUV 가운데 가장 차체가 큰 XM3와 비슷한 크기로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보다 더 커졌다.
풀체인지 트랙스는 1.2리터 3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22.3㎏?m의 성능을 낸다.
기본 모델인 LS부터 1RS, LT, 2RS, 액티브 등 5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LT, 2RS, 액티브 트림에는 11인치 대각선 인포테인먼트 컬러 터치스크린과 8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탑재된다.
GM의 설명대로 풀체인지 트랙스는 차명만 공유할 뿐 기존 트랙스와는 완전 새로운 차인 셈이다.
그럼에도 판매 가격은 미국 기준 2만1495~2만4995달러로 트레일블레이저(2만2100달러~2만6200달러) 보다 저렴한 가격표가 붙었다.
국내에 출시되면 트레일블레이저 국내 판매 기본 가격인 2489~2897만 원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신형 트랙스의 생산 공장과 해당 모델이 창원에서 생산 예정인 CUV 신차와 동일 모델인지는 GM 본사에서 아직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GM 고위 임원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새 CUV 풀체인지 트랙스 생산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일감 확보와 관련한 기대감도 제기된다.
GM은 지난해 1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생산 및 판매를 전 세계에서 중단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 일감 확보가 한국GM이 중장기적으로 GM의 생산기지 역할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조건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키퍼 당시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온라인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한국에서 출시되는 전기차 10종은 전량 GM에서 수입돼 판매될 것"이라며 "차세대 글로벌 차종인 CUV 이외에 한국GM에서 새 신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달 5일 해외 사업장 점검을 위해 방한한 실판 아민 신임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기존 GM의 방침과 달리 다소 열린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GM 노동조합 소식지에 따르면 6일 김준오 노조 지부장이 "한국GM이 가진 소형SUV 생산의 강점을 활용한 유럽시장 진출과 GM 본사의 전기차 전환 전략의 성공을 위해 한국GM의 전기차 유치에 본사의 적극적 노력과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민 사장은 "한국GM의 제조능력과 품질 우수성은 이미 증명됐다"며 "현재 GM본사의 소형SUV 전기차 생산은 정해지지 않았고 유럽시장 재진출, 기술혁신과 수익 창출 가능성을 고려한 전기차 전환 시점이 중요하다"고 대답해 한국GM의 전기차 생산 가능성에 여지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에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한국GM이 전기차 일감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새 CUV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이익체력을 키우는 일이 우선 과제로 제기된다.
한국GM은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로베르토 렘펠 신임 사장은 내년부터 양산되는 신차 CUV를 통해 흑자 달성을 노리고 있다.
렘펠 사장은 6월 열린 'GM 브랜드 데이'에서 "올해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뒤 내년에는 영업 흑자전환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내년 CUV 출시를 통해 50만 대 규모의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매우 긍정적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GM 노사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파업 없이 올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한 것도 전기차 일감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2020년 당시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부분파업을 반복하고 있던 한국GM 노조를 향해 "파업이 한국GM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한국에 대한 추가 투자와 신차 배정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GM이 CUV 신차 풀체인지 트랙스의 성공적 출시를 통한 수익성 개선과 안정적 노사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전기차 신차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가 생산기지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필수 요소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