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10-16 1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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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체외진단의료기기업체 래피젠이 국내 최대 진단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실용신안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말 제기한 700억 원대 손해배상소송이 사실관계 확인에서 미묘한 의견차이를 보이면서 장기화하고 있다.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두 기업은 소송의 원인이 된 래피젠 실용신안이 애초에 유효한지를 두고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다. 먼저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래피젠 실용신안에 관한 무효 판단을 얻어내며 1승을 가져갔지만 래피젠도 반격에 나서고 있어 단기간에 소송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래피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법원에서 실용신안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의 유효성을 두고 다투고 있다. 사진은 에스디바이오센서가 한 국제전시회에 참여해 차린 부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래피젠은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실용신안권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 변론기일을 통해 자사 실용신안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출원번호 2020180003096)’가 무효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증거를 제출했다.
앞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월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에 대한 실용신안 등록 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래피젠이 2017년 7월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변경 신고를 내고 기존 진단키트에 이 실용신안을 적용해 판매하기 시작했으므로 이보다 늦은 2018년 7월5일에 출원된 실용신안의 '신규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했다.
특허심판원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주장을 받아들여 올해 8월 실용신안 무효 심결을 내렸다.
특허청에 따르면 발명이 출원 전에 공지(공개)된 경우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발명자 자신이 공개했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래피젠이 새로 제출한 자료에서는 2017년 7월4일 변경 신고된 진단키트의 구성품에 해당 케이스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 장치(디바이스), 검체희석액, 검체필터, 검체채취용 스왑(면봉)만 함께 포장돼 판매됐다는 것이다.
래피젠 측은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가 적용된 제품이 2017년 11월부터 처음으로 판매 또는 수출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경우에도 실용신안 출원 이전에 발명이 공개된 것은 마찬가지지만 래피젠은 당시 ‘공지예외주장’ 제도를 활용해 실용신안권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공지예외주장이란 발명이 출원 전에 공개됐더라도 △출원인이 공개한 경우 △공개일로부터 12개월 안에 출원한 경우 등 일정 요건을 충족했을 때 특허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공지예외주장 이용 건수는 2001년 732건에서 2020년 5346건으로 급증했다.
래피젠은 같은 자료를 근거로 특허심판원에 실용신안 무효 심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또 법원에 실용신안권 침해에 따른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위한 심리를 곧 요청하기로 했다.
래피젠의 실용신안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는 진단키트 케이스에 검체 희석액튜브를 거치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뼈대로 한다.
▲ 래피젠이 등록한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 실용신안 도면. <특허청>
래피젠에 따르면 기존 진단키트에는 검체필터 이외에 다른 체외진단기구를 거치할 수 있는 구조가 없어 진단을 실시하는 동안 희석액튜브를 세워둘 장치가 따로 필요했다. 반면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가 적용된 진단키트는 희석액튜브 거치장치를 별도로 제공할 필요가 없어져 제품 부피가 줄어드는 등의 이점이 있다.
래피젠은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사인 바이오노트가 이 실용신안을 무단으로 활용해 진단키트를 수출 및 판매했다며 지난해 12월29일 법원에 실용신안권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 규모는 702억 원에 이른다. 래피젠 측은 소송 진행상황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