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연이은 광주 붕괴사고에 관한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정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소환했으며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도 국감에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을 불러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5월4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에서 열린 광주 화정 붕괴사고 추가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28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0월4일부터 시작되는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에서 하도급업체 관리부터 중대재해까지 건설현장 안전관리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광주에서 대형 인명사고를 내면서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는 올해
정몽규 회장을 직접 국감 증인으로 불러 단단히 책임을 묻겠다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는 10월7일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정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는 정 회장에 다단계 하도급과 하도급대금 지급지연, 시공사 상대 ‘갑질’ 행위 등을 질의하겠다고 증인 채택 이유를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1월 하도급업체 190곳에 하도급 계약서를 늦게 발급하거나 하도급 대금을 늦게 지급하면서 지연이자를 주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천만 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발주자로부터 설계 변경 등에 따라 계약금액을 올려받고도 이를 하도급업체에 알리지 않거나 뒤늦게 하도급계약을 변경한 사실도 적발했다.
정 회장은 이미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국회가 단순히 하도급대금 지연 문제를 추궁하려 정 회장을 부른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나온다.
정무위 증인 채택 이유에도 포함된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핵심 안건일 수 있다.
원청 건설사→하도급→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은 건설현장의 오랜 악습으로 2021년 6월9일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국회 국토위와 행안위에서는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시민들을 포함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학동 참사와 관련해 원청사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묻기 위해 그룹 오너인 정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최종 여야 합의과정에서 정 회장은 증인 명단에서 빠지고 당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였던
권순호 사장이 국감장에 섰다.
이에 정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 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국감 회초리를 피했다. 정 회장은 당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회장직를 직접 맡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광주 학동 사고에 노동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현장 외벽 붕괴사고가 더해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대형 사고를 반복하는 HDC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를 넘어 건설업 등록말소라는 강력한 처분을 촉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1월 화정아이파크 사고 뒤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5월에는 화정아이파크 전체 동 전면 철거와 재시공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공개석상에서 고개를 숙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사고 뒤 현장 관리와 운영방식 개선, 최고안전책임자(CSO) 조직 신설, 건설현장 안전과 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독립적 의사결정조직인 시공혁신단 출범을 비롯해 쇄신 노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과 주거지원 문제를 놓고 갈등이 계속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그룹 오너인 정 회장의 책임이 여전히 무겁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 외에도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올해 국감에 HDC현대산업개발을 추궁하려 벼르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산업재해를 일으킨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증인으로 부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1월11일 발생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환노위는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오는 10월6일 예정인 국토부 국감 증인으로 정익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를 포함해 기업인 4명을 채택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국토위의 국토부 대상 국감에서 의원들은 광주 학동 사고 뒤 HDC현대산업개발이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권 전 사장은 당시 "회사가 사고 뒤 유사한 철거현장 6곳에 작업을 중단하고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자체적 조사도 진행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권 전 사장의 국감 답변 뒤 3개월 만에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2년 국토위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를 보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올해 1분기 건설업 사망사고 피해자는 78명으로 2021년 같은 기간(85명)과 비교해 7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22년 1월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가 붕괴되면서 노동자 3명이 숨졌고 3월과 6월 GTX-A노선 공사현장에서도 노동자가 작업 중 떨어지는 물체에 맞거나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