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2-09-27 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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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의 AI(인공지능)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이 글로벌 반도체 검증단체에서 인정받은 성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세계 AI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피온은 국내에서 AI반도체를 처음 상용화한 업체인 만큼 반도체설계(팹리스)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낼 지 시선이 쏠린다.
▲ SK그룹의 AI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이 국내 최초 상용화 경험에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성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글로벌 AI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사피온코리아의 R&D센터.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이 최근 AI반도체 X220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A2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2021년 11월에 출시한 A2는 시간당 40~60W를 소모하는 저전력 보급형 제품으로 효율적 비용관리가 필요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서버 등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X220은 A2보다 1년여 앞선 2020년 12월 공개됐는데 최근 진행된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테스트(벤치마크)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의 A2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엠엘퍼프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빅테크기업과 스탠퍼드, 하버드 등의 대학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ML코먼스가 매년 AI반도체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개최하는 대회다. AI반도체업계에서 가장 큰 공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류수정 사피온 및 사피온코리아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X220이 엔비디아의 A2보다 월등한 추론 성능을 보이고 전력효율성도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사피온은 X220이 주요 경쟁제품보다 50%가량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가성비’를 갖추고 있어 이번 엠엘퍼프 대회 결과를 바탕으로 X220의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피온은 본사가 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시장에서도 도이치텔레콤 등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와 제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피온은 SK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AI반도체를 먼저 시범 적용해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AI반도체를 고도화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AI반도체 개발업체와 차별점으로 여겨진다.
현재 SK텔레콤의 인공지능스피커 누구(NUGU), 지능형 영상보안 솔루션 티뷰(Tview), AI 기반 미디어 품질개선 솔루션 슈퍼노바(SUPERNOVA) 등에서 X220이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IT 컨설팅회사인 451리서치의 존 애봇 인프라 분석가는 사피온 기업분석보고서를 통해 “사피온은 한국과 아시아에서 스마트팩토리, 실시간 음성번역, 헬스케어, AI가 요구되는 증강현실(AR) 게임 등에서 강력한 입지를 보유한 SK텔레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피온은 후속제품 개발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현재 내놓은 X220보다 한층 성능이 뛰어난 후속제품인 X330, X340, X350을 내년 하반기에, X430을 2025년에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SK텔레콤은 2020년 11월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X220를 내놨고 2021년12월 AI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를 설립했다.
SK텔레콤은 2022년 1월 SK하이닉스, SK스퀘어와 함께 SK ICT(정보통신기술)연합을 구성해 800억 원을 출자해 미국법인 사피온을 설립하고 한국법인 사피온코리아를 사피온 아래로 뒀다.
미국법인 사피온은 글로벌 빅테크기업을 대상으로 사피온 공급계약 수주 및 AI반도체 개발 우수인력 영입과 투자 유치 역할을 맡는다. 한국법인 사피온코리아는 한국과 아시아내 사업을 담당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규모는 2021년 109억 달러에서 2026년 709억 달러로 약 7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초기 AI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시장점유율은 80%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류수정 대표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K-나이트(Night) 2022'에서 “AI(인공지능)반도체 시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 추론서비스 반도체와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앞서 4월 미국 현지 특파원과 기자간담회에서는 “AI반도체를 기반으로 제2의 SK하이닉스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놓기도 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