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2-09-26 17: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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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화하기에 앞서 전기차 택시 보급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택시 이용 고객 가운데 멀미 등 불편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택시업계에서 고객 의견을 세심하게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의 전기차 전환에 있어 택시 업계에서 빠른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기아 니로플러스 택시모델.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기차 전환이 택시업계에서부터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아의 파생 PBV 니로플러스는 출시 4개월 만인 9월 현재까지 계약대수 1만 대를 넘어섰는데 그 가운데 절반 가량이 택시 전용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국내사업본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니로플러스 택시 구매자 대부분은 배터리 무상보증 혜택과 함께 낮은 유지비, 차량 가격 등을 이유로 구매를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등록된 전기차 택시 신차등록대수는 7394대로 전체 택시의 36.4%를 기록했다. 올해 새로 거리를 달리게 된 택시 신차 3대 가운데 1대 이상은 전기차라는 얘기다.
지난해 연간 전기차 택시 신차 등록대수는 4993대였는데 올해의 절반에서 한달이 더 지난 시점에서 1년 전 연간 등록대수의 1.5배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에 등록된 전체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8.7%를 보였다. 택시업계는 전기차 전환에서 국내 전체 자동차 시장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택시업계에서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일반 차량보다 택시의 주행거리가 10배가량 길어 연료비에 민감한데다 정부와 지자체가 택시 전기차 보급 늘리기 위한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해 가격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택시에 대당 200만 원의 추가 지원금을 지원해 전기차 택시 1만7천 대를 추가 보급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 시비를 더하면 서울시 기준 일반 승용차보다 300만 원 많은 최대 12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아이오닉5와 EV6 등 1회충전 최대 주행거리 400km를 넘어서는 상품성 높은 전용전기차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잦은 충전에 관한 부담도 줄어들어 택시업계에서의 전기차 인기를 더욱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등록된 국내 전기차 택시 신차 가운데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비중은 각각 44%, 32.9%로 합산 비중 76.9%를 기록했다.
다만 전기차 택시 보급이 급격하게 늘면서 전기차 택시를 이용한 고객들 가운데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자동차 관련 각종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이오닉5 택시를 이용했다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뒷좌석이 아닌 조수석에 탑승했는데도 멀미를 느꼈다"며 "택시 브레이크가 급제동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 B씨는 "중장거리 이동을 위해 택시 이용을 자주하는데 뒷좌석 승차감은 최악"이라며 "어지러움과 멀미를 느끼게 되는데 요즘 전기차 택시가 부쩍 늘고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운전자와 탑승자의 주행경험 차이를 지적하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 C씨는 "전기차 택시를 타면서 속이 불편해 기사에게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아달라고 요청했다"며 "그 뒤 울렁거림은 나아졌지만 기사는 뒷자석 승차감을 잘 모르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이런 이용자들의 반응은 전기차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가속과 동시에 최대 토크가 발생해 출발 즉시 빠르게 속도가 올라간다.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탑승자에게는 전기차의 가속이 부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데다 전기차의 회생제동 기능은 제동에서 이질감을 더 크게 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회생제동은 차량을 제동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의 기능을 말한다. 회생제동 기능을 활성화하면 액셀에서 발을 떼는 것 만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효과를 내며 전비를 50% 이상까지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전기차 택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회생제동을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최고 단계로 높이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 만으로 내리막에서 차를 세울수 있는 수준의 제동력을 발휘한다.
회생제동을 높은 단계로 설정하면 많은 에너지를 회수해 전비를 높일 수 있으나 운전 성향에 따라서는 급가속과 급제동이 반복돼 동승자는 멀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 현대차 아이오닉5.
아직 전기차를 타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전기차 개화기에 전기차 택시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어 승차감 불편을 제기하는 사례 역시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택시업계에서 전기차 택시의 고객 경험을 반영해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택시 이용 고객들 사이에서 전기차 택시 기피 현상이 확산된다면 전기차 택시 서비스 공급자에게 손해일 뿐 아니라 보조금을 추가로 투입하면서까지 전기차 택시 보급을 늘리고 있는 정부의 정책 취지도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택시 기사들이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전기차 특성을 고려한 부드러운 운전 습관을 키우는 것 만으로도 현재의 불편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온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