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2-09-26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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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러시아 사업의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플랜트 수주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DL이앤씨는 러시아 시장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러시아 관련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전쟁 여파로 러시아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데 마 대표는 강점을 지닌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를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러시아에서 사업 불안에 대응해 석유화학 플낸트 수주에서 길을 찾고 있다.
26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DL이앤씨는 올해 하반기에 플랜트부문 수주를 몰아서 할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는 지난 20일 LG화학과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재구축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LG화학의 노후된 라인 교체를 위한 것으로 계약규모는 4404억 원이다.
금액으로 보면 DL이앤씨의 올해 플랜트 목표 수주금액인 2조7천억 원의 16.4%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더욱이 국내 1위 석유화학업체인 LG화학과 관계를 강화한 점도 의미가 있다.
플랜트업계 관계자는 “DL이앤씨는 LG화학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주하며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쪽 사업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DL이앤씨는 지난 2021년 3월 LG화학과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케미칼그룹의 합작법인에서 발주한 1500억 원 규모의 NBL(니트릴부타디엔러버라텍스) 공장 건설공사를 따냈다.
2023년 1분기에 이 사업을 매듭짓게 되는데 이번 ABS 재구축 투자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LG화학으로부터 새로운 일감을 따낸 것이다.
마 대표는 성공적으로 플랜트사업을 매듭지었다는 DL이앤씨의 강점을 활용해 고객사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수주로 이어가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읽힌다.
이는 러시아 사업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2021년 6월 모스크바 정유공장 건설 사업(3271억 원)을 수주했고 같은해 12월 러시아 초대형 가스화학 프로젝트인 발틱 콤플렉스 프로젝트(1조6천억 원)도 수주했다.
2014년부터 공을 들인 러시아시장에서 결실을 맺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다.
이에 마 대표는 기존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을 강화해 실적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차원에서 카타르 라스파판 석유화학 프로젝트(7천억 원)과 셰브론필립스케미칼 USGC 2단계 프로젝트(6천억 원)도 향후 수주가 기대된다.
특히 카타르 라스파판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DL이앤씨가 일본 JGC와 함께 기본설계(FEED)를 진행하며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기본설계에서 EPC 연계 수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고 발주처 입장에서도 기본설계를 맡은 기업이 공사까지 책임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카타르 라스파판과 USGC 2단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셰브론필립스케미칼과 그동안 중동 지역에서 협업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 왔다.
DL이앤씨는 사우디아라비아 산업투자그룹과 쉐브론필립스케미칼의 합작법인인 사우디폴리머사(SPC)에서 발주한 NCP폴리머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사업을 따내 성공적으로 끝낸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대표적 해외 성공프로젝트로 꼽힌다. DL이앤씨는 사우디아라비아 NCP폴리머 프로젝트(11억 달러)를 2008년 1월 수주해 2010년 7월 완성했다.
이 밖에 DL이앤씨는 올해 수주 확률이 높은 플랜트 프로젝트가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인산염 프로젝트(6천억 원), 국내 태광 아크릴로니트릴 프로젝트(3천억 원) 등이 우선 꼽힌다. 마 대표는 이를 모두 수주해 올해 플랜트 수주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애초 하반기에 수주 파이프라인이 몰려 있어 상반기에 수주목표 달성률이 낮았다”며 “예정된 하반기 플랜트 수주에 집중한다면 올해 수주목표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DL이앤씨가 그동안 보여온 보수적 해외 수주전략을 공격적 수주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023년부터 중동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DL이앤씨의 전신은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건설과 석유화학사업을 영위해 이 분야에 이해도가 높고 기술력도 높은 회사로 평가 받는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유가 상승에 따라 재정상태가 좋아졌고 주요 발주처의 설비투자 증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여기에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 규모는 모두 8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별로 보면 이집트 240억 달러, 이란 13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 94억 달러 등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50억 달러 규모의 Taziz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석유화학 플랜트에서 다수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강자”라며 “중동의 석유화학 투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공격적 수주 전략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