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롯데그룹의 대표적 '콘텐츠 전문가'로 부진한 홈쇼핑산업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콘텐츠를 적극 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롯데홈쇼핑 실적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비즈니스포스트]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은 롯데그룹의 대표적 ‘콘텐츠 전문가’다.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으로 일하면서 대형 고무오리 ‘러버덕’이나 초대형 달 ‘슈퍼문’과 같은 캐릭터를 활용해 서울 잠실 석촌호수 일대를 인증샷 명소로 만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롯데홈쇼핑 수장을 맡은 뒤로는 가상모델 ‘루시’, 대형 곰인형 ‘벨리곰’ 등을 잇따라 화제의 중심에 올리며 그의 명성이 허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전략은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는 TV홈쇼핑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홈쇼핑기업이 어떤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의 노력이 롯데홈쇼핑의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없지 않다.
23일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22일 케이블TV 케이스타 등을 통해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파하하’가 내부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파하하는 롯데홈쇼핑이 2021년 11월 250억 원을 투자해 2대주주에 오른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와 공동 제작한 골프 예능이다. 골프를 모르는 가수 겸 방송인 하하씨가 40년 넘게 골프를 쳐온 그의 아버지와 함께 라운딩에 함께 나서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롯데홈쇼핑은 파하하를 케이스타뿐 아니라 롯데홈쇼핑 앱(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도 동시에 방영했다.
이 시간에 롯데홈쇼핑은 파하하에 출연한 골프 선수 정길환 프로의 커플레슨권을 앱에서 판매했다.
레슨권은 18만 원가량으로 적지 않은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 이후 현재까지 370여 개의 상품이 판매됐다. 어느 정도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롯데홈쇼핑이 예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2번째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올해 5월부터 ‘랜선뷰티’라는 예능을 8주에 걸쳐 선보인 바 있다. 당시에도 롯데홈쇼핑은 초록뱀미디어와 협업했다.
콘텐츠 제작사도 아닌 홈쇼핑 회사가 예능을 시도하는 것은 언뜻 보면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커머스의 부상으로 점차 설 곳이 줄어들고 있는 홈쇼핑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시도는 다양한 생존전략 가운데 하나다.
롯데홈쇼핑은 ‘콘텐츠’를 주요 전략으로 꼽은 대표적 홈쇼핑기업이다. 홈쇼핑 채널로 고객들을 불러올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 가운데 콘텐츠라면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는
이완신 사장이 2017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부터 줄곧 밀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 사장이 눈여겨보고 있는 콘텐츠는 비단 예능 프로그램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는 ‘캐릭터’라는 콘텐츠에 특히 주목하는 대표적 전문경영인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과 미국 뉴욕을 종횡무진하며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대형곰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의 콘텐츠 강화 전략에 서 있는 선봉장으로 평가된다.
벨리곰은 2018년 롯데홈쇼핑의 사내벤처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MZ세대의 투표를 통해 뽑힌 곰 캐릭터로 올해 초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 광장에 높이 15m 크기의 초대형 벨리곰이 주목을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롯데홈쇼핑은 이후 경기 의왕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도 초대형 벨리곰을 전시했을 뿐 아니라 경쟁기업인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에도 벨리곰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열며 벨리곰 알리기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롯데그룹이 눈여겨보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롯데라는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롯데홈쇼핑 측 설명이다.
이 사장은 20~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벨리곰 전시 행사에 직접 참석해 벨리곰을 글로벌 캐릭터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가상모델 루시도 롯데홈쇼핑이 밀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다.
롯데홈쇼핑은 2021년 2월 ‘29세, 본캐(본래 캐릭터) 디자인 연구원, 부캐(부 캐릭터) 패션모델 겸 취미부사’라는 콘셉트로 가상모델 루시를 세상에 선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롯데홈쇼핑 방송의 쇼호스트로 데뷔하기도 했다.
루시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10만 명 넘는 인플루언서로 성장한 상태며 현재 롯데홈쇼핑의 여러 상품을 판매하는 마스코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이러한 전방위적 콘텐츠 전략은 ‘준비된 CEO’라는 평가를 받는 이 사장 덕분에 가능한 일로 평가된다.
이 사장은 과거 롯데백화점에서 일하며 ‘러버덕’ ‘슈퍼문’과 같은 대형 캐릭터를 활용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행사를 주도하며 고객을 모으는 데 콘텐츠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를 명확히 증명해냈다.
그는 2017년 3월 롯데홈쇼핑 대표에 오른 뒤 이러한 콘텐츠 전략을 계승해 부진한 홈쇼핑업계에서 롯데홈쇼핑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힘써오고 있다.
벨리곰이라는 콘텐츠 역시 세상에 처음 탄생한 뒤 3년이 지나도록 고객 반응이 미지근해 자칫 좌초할 수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될 것’이라며 관련 아이디어를 낸 젊은 사원의 사기를 계속 북돋아준 사람도 바로
이완신 사장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콘텐츠 전략이 롯데홈쇼핑에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다.
롯데홈쇼핑은 2022년 상반기에 매출 5470억 원, 영업이익 590억 원을 냈다.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3.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9% 후퇴했다. 특히 판매관리비가 소폭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이라 롯데홈쇼핑에게 아픈 성적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8% 넘게 감소한 데 이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이 10% 가까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