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2-09-22 14: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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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달러화 강세에 미소를 짓고 있다.
해외사업을 하는 건설사들에게 달러화 강세는 일반적으로 호재로 여겨진다. 기존에 수주한 해외사업에서 받는 달러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건설사들이 새로운 계약을 따낼 때 환율위험 방어에 신경써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 해외사업을 하는 건설사들이 달러 강세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2023년에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도 본격화 할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올해 목표금리수준을 4.4%로 기존 3.4%보다 상향 조정했다”며 “원/달러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당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해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장중에 돌파했다.
이에 해외수주를 확보한 건설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기존에 수주한 해외사업에서 받는 달러를 원화로 환산할 때 금액이 늘어 환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달러 강세에 따라 해외 현장에서도 자재값, 노무비 등이 오르는 영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달러 강세가 긍정적이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올해 2분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DL이앤씨, 대우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이 외환 관련 이익을 봤다.
2분기 건설사들의 외환손익(외환차익+외화환산이익-외환차손-외화환산손실, 파생상품 관련 손익 제외)을 살펴보면 현대건설 454억 원, 삼성엔지니어링 217억 원, DL이앤씨 166억 원, 대우건설 89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살펴보면 2분기 원/달러 환율은 1분기보다 53.4원(4.4%) 올랐다. 1분기에 1204.8원, 2분기 1258.2원으로 집계됐다.
이날까지 3분기 평균환율은 1328.9원으로 2분기와 비교해 5.6%(70.7원)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3분기에도 외화 관련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표시통화 환산의 경우 실무적으로 수익과 비용항목을 환산할 때 거래일의 환율에 근접한 환율(평균환율)을 사용한다.
이는 전자공시에 공시된 건설사들의 반기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반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달러 가치가 10% 오르면 현대건설은 1223억 원, 대우건설은 460억 원가량의 세전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건설사들의 분기 순이익 규모를 고려해보면 적지 않은 규모로 평가된다.
건설사들은 앞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손이 잡힐 수 있는 만큼 신규 해외수주에서 환율위험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달러 강세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이런 추세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상황은 언제든 갑작스럽게 변할 수 있다”며 “앞으로 해외에서 신규 수주를 할 때 금리와 물가상승, 환율변동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환율위험 관리 방안으로는 현지 통화로 거래하거나 외화 입금과 지출의 시기를 맞춰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프로젝트 손익 분석을 통해 적정 환율로 입찰금액을 산정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달러 강세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 정세 불안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고 덧붙였다.
2023년부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전망은 밝은 편이다.
유가 상승에 따라 텃밭인 중동지역 발주국들의 재정상태가 좋아졌고 주요 발주처의 설비투자 증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2022년 400~500억 달러 수준의 설비투자 지출 계획을 세워뒀다. 이는 2021년보다 25%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도 2022~2026년 1270억 달러 투자에 관한 계획을 승인했다.
가장 빠른 시기에 국내 건설사가 수주를 노릴 수 있는 프로젝트로는 아랍에미리트 하일앤가샤,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Amiral), 카타르 라스파판 등으로 파악된다.
하일앤가샤는 육상, 해상 가스 생산 및 처리시설 프로젝트로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스 생산량을 2030년까지 하루 평균 15억 Bcf/d(입방피트)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은 사토프(Satorp) 석유화학 단지의 핵심이다. 이 석유화학 단지는 에틸렌 연 150만 톤, 프로필렌 연 50만 톤 및 부가 상품 생산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하일앤가샤, 아미랄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 라스파판은 카타르에서 진행되는 석유화학 프로젝트로 에틸렌 연 208만 톤, 고순도폴리에틸렌 연 168만 톤의 생산능력을 증가시키는 게 주요 내용이다. DL이앤씨가 일본 JGC와 FEED(기본설계)를 수행하고 있어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가 2023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사들의 수익성 및 수주잔고를 고려하면 저가 입찰 등 무리한 수주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낮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