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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은 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게 됐을까?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친MB 기업’이라는 말을 정도로 특혜를 받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를 만회하려는 듯 강력한 ‘친박’ 행보를 걸었다.
롯데그룹은 특히 박 대통령의 핵심정책인 ‘창조경제’에 어떤 대기업보다 적극 호응해 왔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배경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15일 검찰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10일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이후 롯데그룹은 사실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검찰이 10대그룹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2008년 삼성특검 이후 8년 만인데 롯데그룹에 대한 전면수사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의 수사진용도 화려하다. 이번 롯데수사는 검찰 내에서도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가 맡고 있는데 동원된 검사와 수사관만 2백명이 넘는다.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가장 신경을 써온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기됐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미국의 석유회사 액시올사 인수도 물거품이 됐다.
면세점사업 재진출도 현재 상황에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사방을 둘러봐도 먹구름뿐이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재계 일각에서 MB정부 시절의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을 검찰이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수사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아직은 수사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4일 있었던 2차 압수수색에서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이 장부외 자금의 흐름부터 명확히 밝혀 낸 다음 제2잠실롯데월드를 수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국면 전환용 카드’란 말도 흘러나온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1년6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집권 후반기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 ‘사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재계는 검찰의 칼끝이 롯데를 넘어 다른 기업으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 ‘정운호 게이트’로 불거진 법조 비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수사 여론을 덮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성 수사' 라는 것이다.
검찰이 포스코 수사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롯데 수사에 착수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해 포스코 수사를 8개월이나 끌었지만 결국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채 ‘용두사미’식으로 끝내고 말았다. 이번에는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롯데그룹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배경이 무엇이든 이번 수사가 ‘의외’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롯데그룹이 MB정부 시절 정권과 ‘코드’를 맞추며 급성장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도 정권과 ‘척’을 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찍부터 박근혜 정부가 설립을 주도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떠맡았다.
신 회장은 박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마다 빠짐없이 경제사절단에 참여했는데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방문 때는 10대그룹 총수 중에는 유일하게 신 회장만 동행했다.
박 대통령이나 검찰 수뇌부의 의중과 상관없이 이번 검찰의 수사는 롯데그룹이 스스로 자초했다는 말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롯데그룹을 검찰이 손 보려 한다는 말은 수년 전부터 끊임없이 나오곤 했다”며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그동안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그룹 내부의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검찰이 손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