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 2패.’ 나경원 전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벌인 직간접 대결에서 지금까지 얻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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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전 의원 |
새누리당이 7.30재보선을 앞두고 서울 동작을 불출마 의사를 꺾지 않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대신 ‘나경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이 동작을에서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박원순 사람’으로 알려진 기동민 전 서울 부시장을 전략공천해 두 사람이 붙을 경우 나 전 의원은 박 시장과 간접적으로 ‘리턴매치’를 벌이는 셈이 된다.
◆새누리, 동작을 나경원이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 유일의 재보선지역인 동작을 후보로 기동민 전 서울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이에 맞설 새누리당의 대항마 선택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력 1순위 후보로 새누리당이 점찍어뒀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불출마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새누리당의 셈법은 꼬일대로 꼬인 상황이다.
김 전 지사를 대신할 카드로 나 전 의원이 차선책 1순위로 다시금 떠올랐다. 상대편이 기동민 전 부시장으로 정해진 만큼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나 전 의원을 내세워 동작을 선거를 ‘박원순 대 반 박원순’ 구도로 치르겠다는 심산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6일 “현실적 필승카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나 전 의원밖에 없다”며 “참신하고 보수적인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찾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동작을 재보선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무시할 수 없는 필승요소라고 보고 있다. 동작을은 정몽준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에 따라 공석이 된 곳인 만큼 정 전 의원 만큼 중량감 있는 인물을 내세우지 않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작을 지역은 정 전 의원을 제외하면 내리 야당이 우세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재보선 투표율은 35% 안팎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 직후 치러진 재보선에서 투표율이 더 내려갔다. 2002년 8·8 재보선 투표율은 29.6%. 2010년 7·28 재보선도 34.1%에 그쳤다. 여름 휴가철까지 맞물린 이번 선거에서 더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새누리당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채 치러야 하는 이번 재보선 승패를 ‘2040세대 대 5060세대’ 투표율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중량감있는 인물을 내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나 전 의원이 지닌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절실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에 더해 나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기 전 부시장을 내세워 ‘박원순 마케팅’ 전략을 펴는 맞불작전을 수행할 적임자로 거론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싸웠던 박 시장의 측근과 맞붙으면 명분도 서고, 나 전 의원이 정치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야권 후보보다 우위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과 ‘대리’ 설욕전 펼칠까
나 전 의원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재보선 출마를 앞두고 서울이 아닌 수원 팔달이나 김포에서 출마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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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새누리당 선대위 부위원장이 6.4 서울시장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정몽준 전 의원(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서울 중구가 아닌 다른 곳에 출마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면서 "당을 위한 헌신의 방법은 여러 길이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경기지역에서 출마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당 지도부도 결국 이 지역 전략공천에서 나 전 의원을 배제함으로써 그의 재보선 출마는 없던 일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김 전 지사 대신 다시 나 전 의원을 차선책 제1순위에 올려놓고 설득을 하고 있는 만큼 나 전 의원도 조만간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정치권 밖에서 행보를 이어왔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과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재기를 노려왔다.
나 전 의원이 최근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다. 3년 만에 복귀시동을 걸었지만 정 전 의원의 낙선으로 제동이 걸렸다.
나 전 의원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재보선 출마와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저울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당대회의 일정이 촉박한 데다 당내 조직력이 약한 점 등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불출마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 전 의원으로서 이번 재보선 출마가 정치권 복귀를 위해 남은 유일한 카드인 셈이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지역 출마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내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 더욱이 기 전 부시장을 박원순 시장의 ‘아바타’로 간주하고 대리 설욕전의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지난 6.4 지방선거 선대위 부위원장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서울시가 점점 어두워지고 가라앉고 있다”며 “정 후보와 함께 (서울시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선거지원유세 과정에서도 박 시장 개인과 서울시정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감추지 않았다.
◆이기면 화려한 재기, 지면 정치적 타격 불가피
나 전 의원이 동작을 전략공천을 받아들이고 만약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지난 선거 패배로 받은 상처를 일시에 만회할 수 있다. 또 당내 핵심으로 급부상하며 화려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나 전 의원은 서울대 출신 판사라는 점에 화려한 미모까지 더해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총재 특보로 정계 입문할 당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뒤 당 최고위원과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대변인 등을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새누리당 내 서울대 출신 여성의원 트로이카로 불린 조윤선, 이혜훈 의원보다도 한발 앞서가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에 맞서 서울시장 후보로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1억 원 피부과 논란 등이 빚어지는 등 높아진 대중적 인지도 만큼이나 부정적 이미지 또한 커졌다. 나 전 의원이 지난 6.4지방 선거에서 정몽준 후보 지지유세에 총력을 펼쳤으나 표심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또 정치권 밖 행보에서도 잦은 구설수로 ‘안티팬’을 양산했다. 그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페셜위원회의 직원을 지방선거 당시 선거운동원으로 차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나 전 의원이 탄 차량이 교통법규를 위반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내에서 나 전 의원의 입지가 약하다는 사실 또한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기는 강하나 조직력이 약세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 전 의원으로서 동작을 선거에 나와 승리할 경우 당내 열세인 입지를 단번에 만회할 절호의 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친이계로 분류돼 온 나 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 설정에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질 경우 정치적 타격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 당을 위해 총대를 멨다는 점을 인정받으면 ‘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적 인기에 의지해온 정치이력 면에서 ‘실’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30 재보선 후보 등록 마감일은 이달 1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