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해 들어 나란히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등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팬오션과 에이치라인해운, 대한해운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다른 해운사들은 업황부진에도 순항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운송계약을 맺어 안정적 수익기반을 확보하고 장기용선계약을 줄이면서 업황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 팬오션 에이치라인해운 대한해운 순항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팬오션과 에이치라인해운, 대한해운 등 국내 벌크선사들은 주력사업의 특성을 살리면서 비교적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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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성엽 팬오션 사장. |
해운회사는 컨테이너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컨테이너선사와 석탄이나 철광석 같은 원자재, 곡물 등을 운반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벌크선사로 구분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사업의 매출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컨테이너선사다.
팬오션과 에이치라인해운, 대한해운은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국내 벌크선사 가운데 각각 1위부터 3위까지를 차지한 회사다.
세 회사는 전용선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전용선계약이란 벌크선사들이 특정회사와 계약을 맺고 계약된 선박을 그 회사의 물품을 운송하는 데만 사용하는 계약이다. 원자재를 주로 운반하는 벌크선 특성상 이 계약의 대상은 주로 철강회사나 발전회사 등 물동량이 시황에 따라 크게 변하지 않는 회사들이고 대체로 계약 기간도 길다.
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과 같은 컨테이너선사는 전용선계약을 맺기 어렵다. 컨테이너선은 원자재가 아닌 반제품이나 완제품을 주로 운송한다. 따라서 화물의 종류나 양이 해당사업의 경기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팬오션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3척의 선박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79척을 소유하고 있다. 팬오션은 소유한 선박 79척 가운데 25척을 전용선계약에 투입하고 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운용하는 선박 대부분이 전용선계약을 맺고 있고 대한해운도 20척 가량을 전용선계약에 투입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단기계약은 일정시점의 운임에 따라 수익의 변동이 크지만 장기계약은 그렇지 않다”며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내는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50~6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2014년 사모펀드가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사업부문을 인수해 출범한 회사다.
에이치라인해운은 2014년과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각각 20.8%, 22.6%에 이른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올해 3월 현대상선의 알짜 사업부로 꼽히던 벌크전용선사업부문을 인수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였다.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운임하락의 영향을 받으면서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실적에 등락이 있었다. 하지만 일정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를 유지하면서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 용선료는 합리적으로, 용선 계약기간은 짧게
세 회사는 합리적 수준에서 용선료를 지불하고 있는 점도 안정적 실적을 내고 있는 배경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회생과정에서 용선료 조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힐 정도로 용선료 부담이 경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해운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높은 용선료를 장기간 지불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 화근이 됐다.
팬오션과 대한해운도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사업을 운용했다. 하지만 그 뒤 해운업황 침체를 견뎌내지 못하고 팬오션은 2013년, 대한해운은 2011년 각각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두 회사는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출자전환 등 방식을 통해 기존계약에 따라 남은 용선료를 변제했고 사업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팬오션은 2015년, 대한해운은 2013년 각각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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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완 대한해운 대표이사 부회장. |
두 회사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선주들과 적정수준의 용선료 계약을 맺었다. 또 대부분 용선계약을 단기계약으로 맺으면서 업황변화에 대처하기 좋은 구조를 만들었다.
팬오션은 법정관리에 돌입하기 전인 2012년 매출 5조4천억을 냈는데 용선료로 1조7022억 원을 지불했다. 매출의 1/3가량을 배를 빌리는 데 쓴 셈이다.
팬오션은 지난해 매출 1조8193억 원을 냈는데 용선료로 지불한 금액은 3147억 원이다. 매출과 비교해 용선료의 비중이 1/6 수준으로 내려갔다.
팬오션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용선료 부담이 컸던 기존계약을 털어냈다”며 “현재 빌려서 운용하고 있는 선박은 모두 단기용선계약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실적회복 가능성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벌크선사들은 올해 1분기 부진했던 실적을 앞으로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BDI는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가 발표하는 벌크선 운임지수로 물동량과 교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수치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은 벌크선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1분기 234억 원에서 2분기 433억 원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추가로 선박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물동량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해운은 2분기 3척, 3분기 3척을 각각 새로운 전용선계약에 투입해 성장이 기대된다”며 “전용선계약 외 사업도 BDI가 바닥을 벗어나면서 하반기부터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2월 BDI는 역대 가장 낮은 290까지 떨어지는 등 1분기 평균 BDI는 359를 나타냈다. 하지만 2분기 들어 BDI는 평균 610 수준까지 반등했다. 아직 정상적 수준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업황부진의 영향을 받아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