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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중국 수출 금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불똥'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2-09-02 15: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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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중국 수출 금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불똥'
▲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 반도체' 중국 수출 금지 조치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엔디비아 등에게 일부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공산이 커졌다.

중국 IT기업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의 주요 고객이기도 한 만큼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가 한국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조치로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중국 수출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반도체기업은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일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규제 대상은 엔비디아의 H100, A100과 AMD의 MI100, MI200으로 이 제품들은 주로 데이터센터에서 머신러닝 등 연산을 담당하는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규제로 매출이 4억 달러가량(약 5400억 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IT기업들은 고성능 연산에 12나노 공정의 V100 정도만 사용이 가능해 연산 성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의 자체 개발 머신러닝 프로세서는 아직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한참 부족히다.

이번 규제는 국내 메모리반도체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IT기업들이 이번 사태로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계획을 지연하면 이에 따라 중국에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40%(홍콩 포함 60%)에 이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이번 반도체 수출 규제는 엔비디아와 AMD를 비롯해 해당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 메모리반도체업계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머신러닝 연산 관련 스타트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중국 수출 금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불똥'
▲ 대만 반도체 전문가는 미국의 중국 제재가 심화되면 한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상황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패권을 둘러싼 갈등의 초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중국에 수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리서치와 KLA 등에 14나노 이하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통보하는 등 중국을 향한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과 손잡고 칩4 동맹을 구축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려는 움직임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가 이와 같은 미국의 행동에 보복조치를 가하기 시작한다면 중국에서 많은 매출을 내고 있고 공장까지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충칭 등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 메모리반도체업계의 대부인 찰스 카우 전 난야 부회장은 최근 이코노믹데일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대만과 한국이 칩4에 합류함으로써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동맹에 의해 오히려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칩4 동맹 협상은 오래 갈 것이고 최종 결과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이미 2분기부터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수출량은 감소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올해 8월 국내 반도체 수출은 107억8200만 달러로 2021년 8월(116억9500만 달러) 대비 7.8%(9억1300만 달러) 감소하며 26개월 만에 성장세가 꺾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모도 3.4%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PC 소비가 줄어든 데다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견조했던 데이터센터 반도체 수요까지 감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엔비디아와 AMD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의 5나노 이하 최신 공정 가동률도 최근 하락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생산라인이 부족했던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의 가동률이 낮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전체 반도체업황이 당분간 성장둔화를 겪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MUO는 “엔비디아는 2023년 새로운 칩 제조를 위해 TSMC와 70억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5나노 반도체를 주문했다”며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약해짐에 따라 엔비디아는 높아진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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