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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만만찮다, 글로벌 제약사도 수백억 날려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2-08-28 12: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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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아시아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 10대 제약사'로 꼽히는 일본 다케다제약이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 신약 개발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비용을 허공에 날리게 됐다. 

이르면 상반기 미국에서 세계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여러 바이오기업들이 잇달아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약품 제조시장 규모보다 연 매출이 큰 글로벌 제약사조차 실패할 만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은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독]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만만찮다, 글로벌 제약사도 수백억 날려
▲ 일본 다케다제약이 미국 핀치테라퓨틱스와 진행하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을 중단한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다케다제약은 미국 바이오기업 핀치테라퓨틱스와 협력을 11월17일부로 종료하기로 했다.

다케다제약은 핀치테라퓨틱스에서 가져왔던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FIN-524와 크론병 치료제 FIN-525의 전세계 개발·상업화 권리를 반환하게 된다. 2가지 모두 임상에 진입하지 않은 전임상 단계에 있는 약물이다.

다케다제약은 그동안 핀치테라퓨틱스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 2017년 FIN-524을, 2019년 FIN-525를 차례로 도입한 뒤 지금까지 기술료(마일스톤)와 연구개발비 등으로 4400만 달러(약 590억 원)를 핀치테라퓨틱스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력 중단이 결정되면서 이런 투자들은 모두 매몰비용으로 남게 됐다. 다케다제약이 핀치테라퓨틱스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뜻이다.

다케다제약처럼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개발을 끝까지 진행하지 않고 계약을 취소하는 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약의 효능이나 개발 후 상업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때 기술이전이 취소된다.

다케다제약은 핀치테라퓨틱스 이외에도 엔터롬바이오사이언스, 누비요타 등 다른 글로벌 업체들과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비교적 경쟁력이 낮은 약물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핀치테라퓨틱스의 혼란스러운 내부사정이 두 기업의 협력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핀치테라퓨틱스는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디피실감염증(CDI) 치료제 CP101의 임상 보류 통보를 받은 데 이어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력을 20%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CP101 임상 보류 문제는 4월 FDA가 보류 해제를 통보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투자자들은 핀치테라퓨틱스의 개발 역량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핀치 주가는 2월 말 8.37달러에서 현재 2달러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다케다제약은 연간 매출이 약 34조 원 수준으로 한국 의약품 제조규모(2020년 약 25조 원)를 넘어서는 글로벌 제약사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10대 제약사로 꼽힌다.

다케다제약과 핀치테라퓨틱스의 협력이 별다른 성과를 낳지 못한 것과 달리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간 기업도 있다.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개발기업 세레스테라퓨틱스가 주인공이다.

세레스테라퓨틱스의 경우 최근 디피실감염증 치료제 SER-109의 추가 임상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확보했다. 기존 임상3상을 통해 치료제의 효능을 입증했는데 FDA의 요구에 따라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임상을 진행한 것이다. 

세레스테라퓨틱스는 FDA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신약허가신청(BLA) 절차에 들어갔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내년 안에 SER-109의 허가가 나올 공산이 크다고 본다.

정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3년 상반기 중으로 SER-109의 최종 허가 및 시장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FDA의 승인 시 SER-109는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을 활용한 의약품 중 가장 먼저 출시되는 제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 기업들의 성패가 주목받는 까닭은 국내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놈앤컴퍼니는 독일 머크, 화이자 등과 손잡고 항암제 GEN-001을 개발하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건선 치료제 KBLP-001 등을 개발 목록에 올려놨다. 최근 CJ제일제당이 인수한 CJ바이오사이언스도 항암제 CJRB-001를 비롯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연구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그동안 건강기능식품에 주로 활용됐으나 최근 의약품 쪽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난제지만 여러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다.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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