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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현 GS홈쇼핑 쇼호스트(왼쪽)과 정윤정 롯데홈쇼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CJ오쇼핑이 최근 실시한 쇼호스트 공개채용에 모두 1200명 넘게 지원했다. 그만큼 쇼호스트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뜨겁다.
지원자들은 화려한 전력을 보유했다. 아역 탤런트, 개그맨, 뮤지컬 강사 등 연예계 경력을 자랑하는 지원자들이 있었다. 또 언론사 기자, 애널리스트, 카지노 해외 마케터, 보험설계사, 발레리나 등도 포함됐다.
지원자격 제한이 따로 없었는데 최고령 지원자는 남자가 57세, 여자가 52세였다. 최연소 지원자는 20세 여성이었다.
쇼호스트라는 직업이 국내에 등장한지 20년이 됐다. 1995년 TV 홈쇼핑이 선보이면서 쇼호스트가 탄생했고 약 20년이 흐른 지금 쇼호스트는 최고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직업이 됐다.
왜 이렇게 쇼호스트를 하려는 걸까?
쇼호스트는 방송이라는 화려함을 무대로 한다. 연예계 경력을 보유한 이들이 쇼호스트가 되려고 하는 것이 이런 화려함과 무관치 않다. 더욱이 쇼호스트는 억대의 연봉신화를 만들었다. 애널리스트 등 전문직조차 쇼호스트에 도전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쇼호트의 세계에 그런 빛만 가득하지 않다. 그 이면에 말못할 고충도 많다. 쇼호스트들은 정글같은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입을 모은다.
◆ 쇼호스트는 얼마나 벌까?
1995년 첫해 34억 원에 불과했던 홈쇼핑 매출액은 지난해 8조8천억 원으로 성장했다. 2개 뿐이었던 홈쇼핑 채널도 6개가 됐고 활동중인 쇼호스트는 200명이 넘는다.
쇼호스트들이 연일 얼마를 팔았다고 강조하다보니 가장 궁금한 것 역시 그들이 버는 돈이다. 홈쇼핑회사에 소속된 쇼호스트들 대부분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적이 반영되어 매년 연봉이 조정되는 편이다.
지난 3월까지 CJ오쇼핑에서 일한 동지현 쇼호스트는 월 평균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TV에 출연해 자신의 연봉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분들이 연봉을 궁금해 하는데 대기업 초봉 정도에서 시작해 실적에 따라서 재협상이 이뤄지면서 연봉이 올라간다”며 “갑자기 뻥튀기처럼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등씨는 쇼호스트 15년차인데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오쇼핑의 라이벌 GS홈쇼핑도 비슷한 연봉규정을 갖고 있다. GS홈쇼핑에서 ‘1분에 1억 파는 여자’ 로 유명세를 떨친 정윤정 호쇼스트는 롯데홈쇼핑으로 이적하기 전 인터뷰에서 GS홈쇼핑의 연봉체계를 공개했다.
정씨는 “다들 내가 러닝개런티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월급을 받고 연말 인사고과표대로 연봉이 인상된다”며 “나는 밤과 주말에 주로 방송해 야근수당과 휴일수당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쇼호스트 경력 13년차인 정씨 역시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모두가 억대 연봉을 받지는 못한다. 쇼핑호스트들은 보통 1년 차 때 3천∼5천만 원의 연봉을 받고 그 다음 해부터 실적에 따라 재계약한다.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사람들은 위에서 언급한 스타급의 몇몇 쇼호스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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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현 쇼호스트가 CJ오쇼핑에서 방송하고 있다. |
◆ 연기자 빰치는 쇼호스트의 대중적 인기
요즘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단골 게스트 중 하나는 쇼호스트들이다. 이들은 종합편성채널이든 지상파 아침방송이든 채널을 가리지 않고 출연해 에피소드를 풀어놓는다. 이들의 출연에 대한 논란이 크게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쇼호스트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쇼호스트들은 방송의 게스트를 넘어 메인MC 자리에도 진출하고 있다. 조윤주 GS홈쇼핑 쇼호스트는 최초로 지난 2월 MBN 예능 '현장랭킹쇼 BIG3'의 메인MC로 발탁됐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홈쇼핑 스타 조윤주가 쇼호스트로서 쌓아온 입담과 농축된 경험을 버라이어티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해 프로그램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합격점을 줬다.
쇼호스트로 입사해 차후 활동영역을 다른 방송 분야로 넓힐 수 있다는 점 역시 방송계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 상품선정 과정에 얼마나 관여하나
홈쇼핑 회사들은 대부분 MD(merchandiser 상품기획자)가 상품기획과 선정을 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쇼호스트의 발언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쇼호스트도 10~20% 가량의 의견을 제시하는 등 상품선정에 관여한다.
제작회의에서 MD는 상품의 특징에 대해 PD와 쇼호스트에게 설명한다. 이때 쇼호스트는 상품을 직접 사용해보면서 방송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의견을 낸다. 그리고 납품업체 실무자와 미팅을 통해 상품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급’에 따라 쇼호스트의 상품선정 관여도는 차이가 난다. 정윤정 쇼호스트는 GS홈쇼핑에서 롯데홈쇼핑으로 이적하면서 단순히 쇼호스트가 아니라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권한을 부여받는 조건을 걸었다.
정씨는 롯데홈쇼핑 이적 후 지난달 27일 자기 이름이 직접 걸린 ‘정윤정쇼 렛잇고’라는 방송을 진행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정윤정 마스터는 전담팀과 함께 3개월 간 시장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품선정, 신규 브랜드 론칭, 방송연출, 프로모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의 책임을 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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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정 쇼호스트가 GS홈쇼핑에서 방송하고 있다. |
◆ 쇼호스트 되기 위한 사교육도 등장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등록된 쇼호스트 전문 아카데미는 현재 5개다. 이외에도 각종 스피치학원, 아나운서 아카데미, KBS아카데미 등 방송 아카데미에서도 쇼호스트 과정을 지도하는 것을 포함해 쇼호스트가 되기 위한 사교육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CJ오쇼핑의 쇼호스트 채용 프레젠테이션 2차면접 심사위원 3명 중 2명이 예능전문채널 CJ E&M의 책임프로듀서였다. CJ오쇼핑이 이들을 면접관으로 초빙한 것은 면접자들의 잠재된 스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쇼호스트는 기본적으로 상품판매를 잘 해야하고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 능력도 필요하다”면서 “상품판매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홈쇼핑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탤런트나 리포터 등 방송 경험자들이 쇼호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정윤정 쇼호스트도 서울예술전문대학 연극과 출신이다.
그런데 의외의 전력을 보유한 쇼호스트도 많다. 정예선 현대홈쇼핑 쇼호스트는 증권사 트레이더 출신이다. 그는 2000년 한화증권에 입사해 투자분석 업무를 담당하다 쇼호스트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케이스다.
그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분초를 다투던 증권사의 트레이더 경험이 정글같은 쇼호스트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쇼호스트 중 가장 연장자는 CJ오쇼핑의 이애경 쇼호스트다. 그는 23년을 전업주부로 살다 48살 뒤늦은 나이에 쇼호스트의 길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우리나라 보통 딸로서 보통 여자로서, 보통 주부로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말들이 호응도가 높다”고 장수비결을 설명했다.
연예인 게스트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CJ오쇼핑 왕영은, 롯데홈쇼핑 최유라, 현대홈쇼핑 이혜정 등은 홈쇼핑 소속이 아닌 게스트 자격으로 5년 이상 홈쇼핑에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출연료는 베일에 쌓여있지만 대략 연 2~3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 공채 개그맨 문경훈씨는 8년간 홈쇼핑에 게스트로 참여하다가 2009년 GS홈쇼핑의 특채로 입사해 쇼핑호스트로 전향한 케이스다.
◆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패션 쇼호스트
동지현 GS홈쇼핑 쇼호스트는 주로 패션분야를 담당한다. 15년의 경력이 쌓일 동안 어느새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가 됐지만 여전히 55사이즈 유지하고 있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에 업체 관계자가 떠오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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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주 GS홈쇼핑 쇼호스트는 MBN 프로그램의 메인MC가 됐다. |
“내가 이 음식을 먹으면 옷맵시가 살지 않을 텐데, 그러면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겠지? 판매량이 적으면 업체 관계자가 돈을 못 벌고 그들의 가족까지 힘들어질 텐데.”
쇼호스트들은 몸 전체가 상품이라고 동씨는 말한다. 전문모델이 착용한 것보다 쇼호스트들이 착용했을 때 주문량이 더 높아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동지현 쇼호스트는 “방송현장을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보고 있다”며 “물건이 안 팔리는 날 죄짓는 마음이 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러한 죄책감이 아니더라도 방송현장에 실시간으로 매출이 기록되는 만큼 쇼호스트들은 매출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효은 우리홈쇼핑 쇼호스트는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매출압박을 받기도 한다”며 “매출이 좋지 않으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않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홈쇼핑 쇼호스트들은 판매실적에 따른 연봉제 계약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경력과 매출액, 방송시간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재계약에서 탈락한다.
◆ 매출압박과 두려운 고객항의
김지애 롯데홈쇼핑 쇼호스트는 “13명이 함께 입사했지만 10년이 넘은 지금 남은 사람은 5명뿐”이라며 “제 발로 나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매출부진에 따라 잘린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쇼호스트들은 한 시간이 넘게 방송하면서도 대본이 따로 없는 탓에 제품에 대한 공부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장문정 CJ오쇼핑 쇼호스트는 “업체 설명을 무조건 믿을 수가 없어 따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전기히터를 방송했는데 업체 설명대로 온종일 틀어도 난방비가 500원밖에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가 항의전화를 빗발치게 받았다. 업체의 설명은 누진세가 적용이 안 된 것으로 누진세를 적용해보니 한 달에 전기세가 50만 원이 넘게 나왔다. 이 사건은 뉴스에도 보도됐다.
그는 다시 이런 일을 미리 막기 위해 제품공부를 철저히 한다.
“홍삼 팔 때 충남 부여에 있는 정관장 공장을 세 번 찾아갔어요. 밭에서 인삼이 재배되는 과정부터 농축액 제조현장까지 전부 제 눈으로 봤죠. 그러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홍삼 관련 책도 다섯 권이나 읽고 정관장 본사에서 받은 자료들도 다 읽고 나니 그 누구도 무섭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