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라호텔에 투숙하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국빈을 유치하는 호텔 싸움에서 업계 라이벌 롯데호텔을 완전히 제쳤다.
|
|
|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이부진 사장은 4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시 주석 부부를 직접 배웅했다. 그는 영빈관 앞에서 만난 시 주석과 잠시 대화한 뒤 “(신라)호텔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이 사장은 지난 3일 시 주석 부부가 신라호텔에 묵으러 왔을 때도 직접 맞이했다. 이 사장이 신라호텔을 숙소로 선택한 것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자 시 주석은 “신라호텔은 여러 차례 방문한 곳”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시 주석이 묵었던 하룻동안 직접 사소한 사안까지 모두 챙겼다.
시 주석의 신라호텔 투숙은 세 번째다. 그는 2005년 중국 저장성 당위원회 서기였던 시절 한국을 방문하면서 신라호텔에 묵었다. 4년 뒤 2009년 중국 공산당 부주석 신분으로 방한해 신라호텔을 숙소로 삼았다.
신라호텔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중국 고위인사를 손님으로 맞았다. 주룽지 전 중국 총리가 2000년 방한하면서 신라호텔에서 묵었다. 이후 2010년 리커창 총리도 국가 부주석 신분으로 신라호텔을 이용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와 후진타오 전 주석도 같은 해 신라호텔을 찾았다.
호텔업계 전문가들은 신라호텔이 원래 해외 국빈을 맞던 ‘영빈관’이었기 때문에 중국 고위인사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1967년 문을 연 영빈관은 한동안 정부가 직접 운영했으나 1973년 운영난을 겪으며 삼성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삼성그룹은 객실 건물을 추가해 1979년 신라호텔를 개장했다.
신라호텔은 2010년 11월 정전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1년 동안 중국 고위인사들의 발길이 끊겼다.
당시 후진타오 전 주석이 묵고 있던 신라호텔의 20층부터 22층까지 6분 동안 전기공급이 끊겼다. 중국 대사관은 이 문제로 신라호텔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을 찾은 중국 고위인사들은 신라호텔 대신 롯데호텔을 숙소로 삼았다.
그러나 2011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이 롯데호텔에서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사고가 나면서 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천 상무부장을 수행했던 한 인사는 “엘리베이터 사고로 천 부장 일행이 약 10분 동안 갇히는 사고가 발생해 수행원들이 매우 곤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 일을 계기로 중국 고위인사를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해 11월 리커창 총리의 방한이 내정되자 이 사장은 호텔 임직원들에게 리 총리에게만 전념할 것을 지시했다.
같은 시기 방한한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국무총리도 신라호텔 투숙을 희망했으나 리 총리 방한 때문에 무산됐을 정도다.
결국 이때 방한한 리 총리는 신라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이후에도 중국 고위인사들은 계속 신라호텔을 방문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인들이 중국 고위인사가 방문하는 곳을 더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진핑 주석의 신라호텔 투숙은 이부진 사장의 사업에도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본다.
신라호텔의 실질적 수익은 호텔이 아닌 면세점에서 나온다. 신라호텔 전체 매출에서 면세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3%가 넘는다. 영업이익 비중도 80%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