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2-08-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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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시멘트업계가 경영환경이 나빠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원재료값 상승과 화물연대 파업 영향 등 단기적 악재는 가격 인상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데 순환자원설비 투자를 가속화해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 시멘트업계가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순환자원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쌍용C&E가 시멘트 생산 과정을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의 홈페이지 갈무리.
14일 한국시멘트협회와 각 시멘트업체의 말을 종합하면 시멘트업계는 올해 친환경 순환자원설비 등 설비투자에 54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투자 규모는 2019년(2429억 원)보다 2배가 넘고, 최근 5년 평균 투자금액(3680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시멘트업계가 이처럼 설비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은 유연탄을 대체하는 순환자원 사용량을 늘려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멘트산업은 제조 공정에서 화석연료(유연탄)를 사용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율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시멘트는 주요 재료인 석회석과 부재료인 점토, 규석, 철광석을 최고온도 2천 도에 이르는 소성로에서 녹이고 섞는 공정을 통해 제조한다.
그런데 부재료인 점토와 규석, 철광석을 유사한 화학성분의 폐기물인 석탄재 등으로 대체하고 소성로를 가열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연탄을 폐타이어, 폐고무, 폐목재 등으로 바꿀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부재료와 화석연료를 폐기물로 대체한다면 탄소배출 저감은 물론 폐기물 소각을 통한 수수료 수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연료 가격의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경영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업계 1위인 쌍용C&E의 올해 2분기 경영실적은 역성장했다. 쌍용C&E는 지난 7월부터 대내외 경영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다른 시멘트업체의 2분기 실적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유연탄 가격 상승과 6월 화물연대 파업 영향에 따라 마찬가지로 고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쌍용C&E는 2022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863억 원, 영업이익 52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6.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4% 감소했다.
화물연대 파업은 종료됐지만 유연탄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러시아와 호주에서 유연탄을 수입하고 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 러시아산 유연탄 수입은 중단됐고 각 국가들이 천연가스 가격 상승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석탄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을 살펴보면 올해 6월 177달러 수준에서 8월에 다시 200달러를 돌파했다. 2021년 톤당 60~70달러 수준을 보이다 2022년 3월 288달러로 크게 올랐다.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다시 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시멘트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을 통해 단기간 실적 방어에 나서기로 했다. 시멘트업체들은 올해 9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올린다. 한일시멘트는 톤당 9만2200원에서 10만6천 원으로 15%, 삼표시멘트도 9만4천 원에서 10만 5천원으로 11% 시멘트 가격을 올리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또한 유연탄을 대체할 수 있는 순환자원설비 투자를 가속화해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본격 추진에 나섰다.
실제 시멘트업계는 순환자원설비 투자를 통해 유연탄을 대체해 벌써부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쌍용C&E는 순환자원 대체율은 2020년 29%에서 2021년 40%로 높아졌다. 올해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아세아시멘트도 순환자원 대체율이 같은 기간 20.1%에서 22.1%로 증가했다.
더욱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쌍용C&E의 환경사업 매출 비중은 2020년 4.8%에서 2021년 7.3%로 늘었고 2022년 1분기에는 11%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존 사업과 비교해 순환자원을 활용하는 환경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고 탄소중립 실현에 필수적인 만큼 시멘트업계는 세계 업체들과 교류에도 나섰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 5월31일 유럽시멘트협회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을 재활용하는 것과 관련한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7월부터 기술정보 공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각 시멘트업체들은 순환자원 활용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쌍용C&E는 올해 대전으로 기술연구소를 확장·이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는 ‘유연탄 감소 및 폐합성수지 사용량 증대 기술개발’ 사업 참여를 통해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한 연구도 시작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 6월30일 LG화학, 현대로템과 손잡고 페플라스틱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협약을 맺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삼표시멘트는 폐플라스틱을 유연탄 대체연료로 활용하고 운영 최적화를 통해 폐기물 매립 제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순환자원을 활용한 유연탄 대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재활용 등으로 순환경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순환자원 사용을 증대하는 환경영영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