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를 주제로 금융노동포럼이 열렸다. <금융노조> |
[비즈니스포스트] “새로운 금융재벌이 탄생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주최로 열린 금융노동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왜 시급한지를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했다.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를 주제로 금융노동포럼이 열렸다.
금융노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사모펀드 사태, 사외이사 역할 논란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향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번 포럼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럼에는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교수,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 김창희 공인노무사,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 소장,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 변제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 과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은 두 명의 발제자가 각각 발제문을 설명하고 토론자가 이와 관련해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인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그룹 통합경영의 권한과 책임:은행지주 모자회사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지주사의 권한과 책임을 통합하는 것에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 연구위원은 2007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완전자회사 지배구조 특례 등이 적용되면서 사실상 지주사에 자회사 경영 권한이 주어졌는데도 이에 따르는 책임은 물을 수 없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자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실질적으로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은 지주 회장들이다”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모펀드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회사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지주가 책임져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창희 공인노무사는 사외이사가 견제 및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하고 주주위원회 구성, 주주위원회 추천을 통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의무화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김 노무사는 “금융사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사회 내 절대 다수의 이사들이 실질적으로는 주주 대표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며 “주주들이 실제로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는 한 지배구조는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서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다.
김 노무사는 “우리사주조합은 소수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를 통해 노동자에게 주주로서의 경영참가 수단 및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며 “우리사주조합은 주주면서 노동자라는 이중적 지위에서 나오는 권리와 정보력을 바탕으로 노사협의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과 김 노무사의 발제문 발표가 끝난 뒤에는 토론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발제문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면서 윤설열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와도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연결지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부실한 금융감독 체계와 미흡한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에서 무분별하게 금융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피해는 심각할 수 있다”며 “내부의 지주사 지배구조 개선과 외부의 감독규제체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얼마나 시급한지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금융지주회사는 이미 사적제국을 구축하고 독재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를 한 번에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한국형 노동이사제’ 도입 등 방식으로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 과장은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이를 어떻게 접근할지는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 지주회사법 특징은 지주사로 갈지 여부를 조직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정 형태의 조직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금융위원회 등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밝혔다.
변 과장은 “금융당국도 권한과 책임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각종 금융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느냐와 관련해서는 내부통제 기능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