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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 셈법 복잡, 피해 최소화 방안은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2-08-04 14: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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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 셈법 복잡, 피해 최소화 방안은
▲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격화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기업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격화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기업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주요 고객일 뿐만 아니라 두 국가에 모두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4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9일 미국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시설투자액의 25%를 세액공제해주는 반도체지원법에 서명한다.

반도체지원법이 시행되면 삼성전자 등 반도체제조사들은 미국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단서 조항에 따라 중국에서 10년 동안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제한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일본 니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은 반도체지원법 통과를 반기고 있지만 이러한 보조금을 수락하면 향후 중국 투자와 관련해서 손이 묶일 수 있다”며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자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의 졸탄 포자르 글로벌헤드는 최근 ‘전쟁과 금리’라는 보고서에서 “과거의 전쟁은 영토를 두고 다투었다면 오늘날의 전쟁은 ASML 장비(반도체 장비), 원자재, 해외송금 등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중국에 수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리서치와 KLA 등에 14나노 이하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통보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자사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미국산 반도체장비를 중국에 반입할 수 없다면 향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도 중국에 대항한 ‘한국, 미국, 일본, 대만’의 칩4 동맹을 앞두고 미국과 대만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화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펠로시 의장은 3일 미크 리우 TSMC 회장과 만나 미국에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미국은 중국 화웨이에 제재를 가할 때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끊도록 함으로써 큰 효과를 봤다. 한 때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었던 화웨이가 현재 6위까지 떨어진 것은 TSMC가 만든 칩을 확보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 셈법 복잡, 피해 최소화 방안은
▲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미국은 이제 반도체에서 화웨이 때와 비슷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중국의 ‘반도체 굴기(진흥)’를 막으려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도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8월까지 답변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사드 사례를 비춰봤을 때 만약 한국이 칩4 동맹에 참여한다면 삼성전자 등 중국에 매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은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분야 견제에 맹목적으로 참여할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중국과 거리를 두고 칩4 동맹에 참여해 미국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도 불안요인이 있다.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은 중국보다 훨씬 높은 것을 고려해야 하는데 미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는 비용차이를 상쇄하기에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520억 달러 보조금이 미국 자국기업 위주로 지원될 가능성도 있다.

AMD 부사장을 지낸 팻 무어헤드 무어인사이트&스트래터지 연구원은 “워싱턴의 재정적 지원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다”며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에서는 1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누가 돈을 받을지 결정할 책임이 있는 미국 상무부가 몇 가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 규모가 확정되는 것을 지켜본 뒤에 텍사스주 테일러에 지을 반도체 신규 공장 착공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사인 TSMC도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으며 정부 보조금에 따라 개발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칩4 동맹 참여에 있어서도 정부에 현실적인 대안 등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칩4 동맹에 참여하더라도 기존에 해외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하던 공장은 제재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협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은 미중 반도체 분쟁의 장기화를 고려할 때 향후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한국 또는 중국 외 지역에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칩4 동맹의 경우에도 향후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업체에 중국 내 반도체 신규증설에 대한 잠재 물량을 보장하던지 또는 칩4 가입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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