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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동민 전 부시장(왼쪽)과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 |
새정치민주연합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 동작을에 ‘깜짝’ 전략공천을 한 이후 거센 후폭풍을 만나고 있다.
전략공천을 받은 기동민 전 부시장과 20년 지기인 허동준 전 위원장은 대표실 점거농성을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략공천을 놓고 공방이 오가는 등 계파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새누리당은 아직 기동민 전 부시장에 맞설 패를 내보이지 않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출마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동작을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에서 실시되는 유일한 선거구다. 그만큼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다.
◆기동민과 허동준, 20년 우정 금 가나
새정치연합이 서울 동작을 재보선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했다. 기 전 부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인데 전남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기 전 부시장이 동작을 재보선 카드로 결정되자 동작을 출마를 타진해왔던 예비후보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탈당 뒤 무소속 출마까지 거론하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지원을 받아 출마가 유력시됐던 금태섭 대변인은 4일 대변인직을 사임했다.
허 전 위원장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그는 10년 넘게 동작을 지역구를 다지며 출마를 준비했으나 번번히 전략공천에 밀려 좌절됐다. 그는 “이건 나도, 기동민도, 박원순도 죽이는 결정”이라면서 “기동민하고 나하고 20년 동지인데 당이 이렇게 패륜적 상황을 만들어도 되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허 전 위원장은 기 전 부시장과 20년 친구이자 동지로 지낸 사이다.
허 전 위원장은 중앙대 학생회장 출신인데 기 전 부시장도 비슷한 시기에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둘은 학생운동을 함께 한 ‘486’세대 정치인이다. 모두 김근태 전 의원의 보좌진을 지내며 정치에 입문했다.
허 전 위원장은 전남 신안이 고향이지만 1987년 중앙대 법학과 졸업 후 동작구를 텃밭으로 지키며 정치이력을 다졌다. 허 위원장이 “동작을 지역은 저의 제2의 고향이며 인생”이라고 내세우는 이유다.
반면 전남 장성 출신인 기 전 부시장은 김근태 전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생활을 시작해 청와대 행정관, 민주당정책위 부위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을 지내며 의정과 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의 선거캠프 비서실장을 맡은 인연으로 ‘박원순의 남자’ ‘박원순 키드’ 등으로 불릴 정도로 최측근으로 성장했다.
두 사람은 가족끼리도 친할 만큼 길고 깊은 인연을 쌓아왔지만 이번에 등을 돌려야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허 전 위원장이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허 전 위원장은 4일 “기동민 전 부시장의 뜻을 확인해야겠다”며 “기동민으로 나가면 100% 진다"고 잘라 말했다.
허 전 위원장은 이번 공천결정으로 당에 대해 큰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을 시작으로 2012년 19대 총선까지 내리 4번이나 동작을 출마를 별러왔으나 번번이 당의 전략공천으로 쓴 눈물을 삼켰다.
16대부터 18대까지 유용태, 이계안, 정동영 전 의원이 차례로 전략공천되면서 후보에서 물러나야 했다. 19대 총선 때 경선을 치르고도 당이 이계안 전 의원을 결국 전략공천함으로써 허 전 위원장의 출마는 또 다시 ‘다음 기회’가 됐다.
허 전 위원장으로서 14년간 당에 대한 헌신을 보상받고 싶을 수밖에 없다. 지명도가 약하다는 지적을 만회하려고 최근에 자비를 털어 지역구내 여론조사까지 해가며 출마의지를 불태워 왔다.
당내에서도 허 전 위원장에 대한 동정론이 나온다. 4일 오전 오영식 서울시당 위원장을 포함한 새정치연합 소속 31명의 국회의원은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가 적합도나 경쟁력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없는 한 허 전 위원장에게 출마의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허 전 위원장의 반발에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곤혹스러워진 상황이다. 자칫 공천파동으로 비쳐 선거판세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계파간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소지도 있다.
당 지도부도 달래기에 나섰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회 드리지 못한 후보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선당후사 자세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작을 전략공천 결정에 따른 당내 파문이 쉽게 사그러들 수 있지 의문이다. 전략공천 자체뿐 아니라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상의 문제, 당 지도부와 지역 당원들과 소통부재 등에 계파갈등까지 얽힐 경우 일파만파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 중진인 정세균 의원은 4일 성명을 내고 “새정치연합의 7·30 재보선 후보자 공천원칙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지난 6·4지방선거에 이어 지도부의 독단과 독선적 결정이 도를 넘고 있는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당내에서 정세균 계열로 분류된다.
◆기동민 확정...새누리 대항마는?
‘미니총선’급으로 전국 15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7.30 재보선에서 동작을은 서울지역 유일의 선거구다. 정몽준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이곳을 여야 모두 최대승부처로 꼽고 있다. 그런 만큼 양당 모두 대진표 확정에 뜸을 들이며 고심을 거듭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 광산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사무소까지 낸 기동민 전 부시장을 동작을로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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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정의당 대표 |
김한길 공동대표는 “(동작을에) 새누리당이 어떤 거물을 내세워도 두렵지 않다”며 “기동민 후보는 젊은 패기와 역량을 품은 미래세력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동작을 기동민’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란 후문이다.
김 대표가 기 전 부시장을 선택한 것은 다목적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 전 부시장은 박 시장과 1기 서울시정을 함께 이끈 측근 중의 측근이다. 정치적으로 ‘거물급’은 아니지만 표의 확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동작을 지역현안을 풀어가자면 서울시와 긴밀한 협조가 불가피한 만큼 박 시장과의 스킨십을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도 들어있다. ‘박원순 마케팅’으로 선거전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또 각각 정세균계와 안철수계로 알려진 허동준 전 위원장이나 금태섭 대변인 등을 내세울 경우 일어날 계파쏠림도 막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특히 이번 재보선일이 여름휴가철과 겹쳐 젊은 유권자층의 투표율이 다른 어느 때보다 낮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 점도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고심은 깊어지게 됐다. 새누리당은 동작을 전략공천 후보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십고초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불출마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은 기 전 부시장에 맞설 카드를 내놓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 등 지명도가 있는 당내 중진급 인사들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모두 고사하고 있다. 거물급 중진 인사가 나와 신참내기에 불과한 기동민 후보를 꺾어봤자 본전이지만 질 경우 정치적 장래를 송두리째 내놓을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작을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후보가 57.9%로 41.3%를 얻은 정몽준 후보에 크게 이긴 지역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비호감 여론이 급속도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된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마음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기 전 부시장 공천결정 이후 들끓고 있는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실패할 경우 야권 후보가 난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 전 위원장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할 뜻도 품고 있다. 가뜩이나 노회찬 정의당 대표가 이미 동작을 출마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일부에서 노 대표와 야권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기 전 부시장을 선택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야권단일화 문제는 동작을 선거의 향방을 가를 최대변수다. 야권 내 3파전 양상이 되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