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왼쪽)과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가 현지시각으로 7월27일 폴란드 바르샤바 국방부 본부에서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와 방산기업들이 폴란드에 사상 최대규모 군사무기 납품 계약을 체결한 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숙이 개입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에 해당한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정부가 이를 계기로 한국에 보복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로이터는 29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유럽의 무기 수입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한국도 중요한 방산 공급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정부가 한국에서 최대 20조 원 규모에 이르는 무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일을 언급한 것이다.
로이터는 폴란드의 방산 수입 규모가 예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에 이른다며 한국의 발빠른 공급 대응 능력이 계약 체결에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이번 수출 계약을 계기로 세계 방산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로이터는 한국의 무기 수출이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그동안 러시아의 반발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만을 실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이번 수출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직접 개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브뤼셀 거버넌스스쿨 교수는 로이터를 통해 “한국의 무기 수출은 사업 기회에 해당할 뿐 아니라 정치적 행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이번 계약을 통해 러시아와 관계에 어느 정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이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한국의 무기 수출에 반발해 정치적 또는 경제적으로 보복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침공 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이 폴란드에 무기를 수출한 것은 결국 어느 정도 전쟁에 개입하게 된 셈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계약이 폴란드를 상대로 체결한 데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앞으로 무기 수출에 따른 러시아 정부의 대응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북한을 대상으로 지원을 강화하거나 중국 및 북한과 동맹 관계를 강화해 한국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이 러시아산 원유 등 에너지 수입에 의존을 낮춰야 할 이유가 커지고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내 사업 환경도 더욱 악화하는 등 여파가 확산될 수도 있다.
다만 폴란드에 대규모 무기 수출이 한국에 기여할 경제적 효과와 방산사업의 잠재적 성장성을 고려하면 이는 긍정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