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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기숙 할머니는 의정부 부대찌개 원조로 인정받고 있다. |
부대찌개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나타난 독특한 음식이다.
부대찌개를 놓고 혹자는 국적불명의 경박한 음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쟁의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는 “부대찌개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라며 “재료는 서양에서 왔지만 고기와 채소를 넉넉한 물에 넣고 푹 끓이는 탕이라는 우리 전통조리법에 합치하는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부대찌개의 원조로 인정받는 허기숙 할머니가 3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부대찌개의 기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허 할머니는 의정부에서 가장 오랫동안 부대찌개를 팔아왔다. 허 할머니의 가게 ‘오뎅식당’은 만화와 드라마 ‘식객’ 등에 등장해 널리 알려졌다. 지금도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에서 허 할머니의 가게는 대기하는 손님들의 줄이 가장 길다.
허 할머니는 1960년 의정부에서 어묵 포장마차를 열었다. 전후 먹을거리가 부족해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것들로 연명하던 시절이다. 허 할머니는 인근 미군부대 군무원들이 준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을 볶아서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 국물이 없는 볶음형태였으나 찌개를 찾는 손님들에게 기존 재료에 김치와 고추장을 넣은 찌개를 내놓아 팔게 됐다.
부대찌개가 잘 팔리면서 인근에 부대찌개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2009년 경기도는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를 음식특화거리로 지정했다.
부대찌개는 미군에서 나온 부식들을 재료로 한다. 부대찌개는 꿀꿀이죽, 이른바 유엔탕이라고 부르던 것과 달랐다. 꿀꿀이죽은 말 그대로 미군이 먹고 남은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것이었지만 부대찌개는 비교적 성한 재료로 만들었다.
미군은 위생관념이 철저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부식을 전량 폐기했다. 이 과정에서 흘러나온 부식들이 부대찌개의 재료가 됐다. 초기에 미군에서 유출된 것을 판매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었다.
이 때문에 허 할머니도 경찰서를 자주 들락거리기도 했다. 주변에서 장사를 접은 가게들도 많았다.
한국경제가 부흥하면서 음식점들은 미군에서 유출된 재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음식의 이름은 여전히 ‘부대찌개’로 굳혀졌다.
부대찌개라는 이름이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를 조성할 때도 ‘명물 의정부 찌개거리’라고 이름을 붙이려 했으나 시민들의 반대로 부대찌개거리는 이름 그대로 남게 됐다.
허 할머니의 ‘오뎅식당’이 유명해지면서 부대찌개 원조의 이름을 도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기존 오뎅식당 건물이 작고 낡아서 인근에 땅을 사서 신축하려고 하자 2012년 3월 맞은 편 가게가 ‘원조 오뎅식당 본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했다. 허 할머니는 소송을 냈고 지난해 2월 승소를 하면서 원조임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혼동을 일으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서비스표를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허 할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부대찌개는 오늘날 프랜차이즈화된 음식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부대찌개 업계 1위인 놀부부대찌개는 360여 개의 가맹점을 내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상해에 1호점을 내며 부대찌개 브랜드 최초로 해외에 진출했다.
놀부부대찌개 중국 1호점은 일평균 매출이 5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성황이다. 놀부부대찌개는 2019년 중국에 30개 이상의 매장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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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찌개는 60년대 미군에서 흘러나온 재료들로 끓인 찌개였으나 이제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