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리딩금융'을 향한 경쟁이 올해 상반기에는 윤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다만 2분기 실적만 놓고보면 영업이익과 순이익, 지배주주순이익 모두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 연말 최종 실적에서 조 회장이 2년여 만에 1위 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리딩금융'을 향한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22일 신한금융그룹은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7492억 원, 순이익 1조3399억 원, 지배주주순이익 1조3204억 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KB금융을 앞지르는 실적이다.
KB금융은 2분기에 영업이익 1조6002억 원, 순이익 1조3080억 원, 지배주주순이익 1조3035억 원을 냈다.
신한금융이 영업이익은 1490억 원, 순이익은 318억 원, 지배주주순이익은 168억 원 더 많다.
다만 1분기 실적을 더한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KB금융의 순이익이 2조7721억 원으로 신한금융보다 116억 원 더 많다.
지배주주순이익 역시 KB금융이 2조7566억 원을 벌어들여 358억 원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KB금융으로서는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리딩금융 자리를 지킨 셈이다.
다만 연말 최종 실적에서 KB금융이 3년 연속 신한금융을 누르고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에 KB금융이 큰 차이로 앞섰던 것과 달리 2분기에는 신한금융의 역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계열사 KB손해보험의 부동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1570억 원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됐음에도 역전당한 점은 치명적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자회사 신한금융투자의 사옥 매각이익 4천억 원 가량을 3분기에 인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옥 매각에따른 이익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신한금융이 3분기에도 앞서나갈 가능성이 높다.
KB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숫자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대규모 일회성 이익을 우선 넘어서야만 한다.
KB금융에게 반전의 카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국내에서 소매금융사업 철수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대출 대환 제휴은행으로 선정됐는데 이 점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보유한 가계 신용대출 규모는 8조 원에 이르는데 KB국민은행이 제휴은행으로서 갖는 편의성을 앞세워 많은 고객을 끌어온다면 큰 가계대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서영호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전무는 21일 실적발표회에서 "씨티은행 대환 제휴은행으로 선정된 것은 KB의 가계대출 전문성이 증명된 것"이라며 "상반기 부진했던 대출 증가율이 하반기에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자존심을 건 리딩금융 대결은 2017년부터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신한금융이 줄곧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으나 2017년 KB금융에게 추월당했기 때문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으로서는 취임 첫해인 2017년에 KB금융의 추월을 허락하며 자존심을 구긴 셈이었다.
반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014년 KB금융 수장에 오른 뒤 2016년 증권, 2017년 손해보험 및 캐피탈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여럿 추진하며 급격히 몸집을 키웠고 리딩금융의 타이틀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는 신한금융이 다시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했다. 2020년과 2021년은 KB금융이 리딩금융 경쟁에서 승리하는 등 두 금융그룹의 경쟁은 매년 치열한 양상을 보여왔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