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기준금리 역전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면 이 총재가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21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26일에서 27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인상해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같아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41년 만에 최고치를 보인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때문에 연방준비제도가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 내부에서는 0.75%포인트 인상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최근 한 행사에서 “0.75%포인트 인상도 강력하다”며 “1%포인트를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연방준비제도가 할 일을 안 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1%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선을 긋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18일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미국 물가상승이 완화되고 있어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가 아닌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방준비제도가 시장의 예상대로 0.75%포인트를 인상한다면 미국 기준금리는 1.5~1.75%에서 2.25~2.5%로 오르게 된다. 이는 현재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0~0.25%포인트 높아 역전상태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1.25%까지 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를 3.5~4%, 한국의 기준금리는 2.75~3%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향후 국내 기준금리를 0.25%씩 올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어 연방준비제도가 긴축정책을 완화하거나 이 총재가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는다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역전상태가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일단 기준금리 역전 자체만으로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 1%포인트 안팎의 기준금리 격차는 용인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지만 이 총재는 국내 금융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하고 과거 금리역전에서도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기준금리 역전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도 금리역전이 된 경우가 3차례나 있었고 평균적으로 0.5~0.9%포인트 정도의 폭에 있었다”며 “최대 1%포인트를 넘긴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현재는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가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기조를 계속 이어나간다면 이 총재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 폭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6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금리 차가 굉장히 크게 되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나 자본 유출에 미치는 영향이나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때 그때 상황을 보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