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죽기 전에 보고 싶은 단 한 편의 영화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영화를 죽기 전까지 제작하겠다며 열의를 다지는 기업인이 있다. 바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의 진열장에 트로피가 추가된다. 20일 국제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한류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50회 국제 에미상 공로상을 수상하게 됐다.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국제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로부터 한류확산의 헌신을 인정받아 국제 에미상 공로상을 수상하게 됐다. |
영화 '설국열차', '기생충', '헤어질결심' 등으로 글로벌 영화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온 이 부회장의 도전이 계속해서 결실을 맺으며 ‘제작자 미키 리’라는 브랜드 파워도 커지고 있다.
어쩌면 이 부회장이 제리 브룩하이머, 케빈 파이기처럼 믿고 보는 영화 제작자 반열에 오를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에미상은 미국 미디어업계에서 열리는 시상식으로 영화업계의 오스카상과 맞먹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출연진이 각각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 부회장이 국제 에미상 공로상을 받으면서 국내 콘텐츠업계에선 기분 좋은 출발을 하게 된 셈인데 ‘한류 선봉장’으로 활약한 이 부회장의 영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의 영향력은 국제영화계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0월 열리는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이 개최하는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갈라 아이콘 어워드’에서 '올해의 기둥상(Pillar Award)'도 받는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이사회에 합류해 2020년에는 이사회 부의장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개관한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지원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매체 버라이어티는 2020년 3월 이 부회장을 ‘2020 국제 영화계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으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국제영화업계에서 인정받으면서 CJENM의 문화사업에도 더욱 자신감이 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영화계 영향력을 활용해 CJENM이 제작한 콘텐츠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CJENM은 CJ그룹의 4대 성장엔진 가운데 ‘컬처’의 한 축을 맡고 있다. CJENM은 멀티스튜디오 구축, 네이버와 콘텐츠 동맹, CJ라이브시티 조성, 가상 스튜디오인 CJENM스튜디오 출범 등을 통해 콘텐츠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한국문화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류 선봉장'의 역할에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과거 미국 하버드대 유학 당시 동아시아 관련 강의 가운데 한국학 강의 수강생이 적은 것을 보고 자존심이 상해 무급으로 한국어를 과외하며 ‘한국 알리기’에 앞장섰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유학시절 일주일에 한번 영화 보는 것을 가장 큰 낙으로 여겼다고 한다. 또한 인생 첫 컬러영화인 ‘사운드 오브 뮤직’은 12번이나 관람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한국 알리기의 수단으로 영화를 선택한 것은 쉬운 길은 아니었다.
한국영화가 국제영화계에서 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금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했다. 이 부회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함께 인내심, 느긋함, 모험정신을 갖고 영화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CJ그룹의 전체 자산이 1조 원 규모에 머무른 1995년 이 부회장이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드림웍스는 CJ그룹이 영화업계에 첫발을 내딛는 계기가 됐다.
이 부회장의 영화에 대한 철학은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드러난다.
이 부회장은 영화전문매체 씨네21과 인터뷰에서 “문화사업은 스마트폰처럼 제품 개발 하나로 해외시장의 개척이 이루어질 수 없다”며 “긴 시간 동안 입체적으로 접근해 인내심 있게 성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