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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안팎으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납품비리 탓에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해외 수주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 사장은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데 연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 국세청 세무조사 갑자기 왜
국세청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달 24일과 26일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옥포조선소에서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국세청은 지난 2월 “조선과 해운 등 불황업종에 대한 세무조사를 자제하고 있다”며 “조선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기 세무조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통상 5년에 한 번 진행하는 정기 세무조사를 1년이나 앞당겨 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많다. 대우조선해양은 2005년과 2010년에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또 이번 세무조사를 국세청 조사4국이 맡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조사4국은 탈세와 비자금 조성 등 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의 배경에 국세청이 무언가 정황을 가지고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임직원들이 수십억 원대의 금품을 납품업체로부터 수수하는 비리사건을 맞았다. 고재호 사장은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미온적 대응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고 사장은 상무 이상 임원 60여 명 전원의 사표를 받았으나 이 가운데 10명의 사표만을 수리했다. 오히려 임원인사에서 퇴직자보다 승진자가 더 많아 인적 쇄신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번 세무조사가 지난해 발생한 납품비리와 관련돼 있다면 고 사장으로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인사까지 완료한 이상 온전히 수습하지 못한 사안이 다시 불거져 나올 경우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 사장이 연임은 물론 자칫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상반기 초라한 성적표, 믿을 것은 쇄빙LNG선뿐
조선업계가 발표한 상반기 실적은 참담했다. 전체 수주목표의 30%도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심각한 곳은 대우조선해양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17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금액으로 고작 19억 달러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은 136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주를 기록한 지난해의 실적에 고무돼 올해 수주목표를 145억 달러로 세웠다. 이 가운데 상반기에 13.1%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수주목표를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초라한 성적의 주된 원인은 해양플랜트 부분의 부진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81억 달러로 전체의 59.6%를 차지했다. 고재호 사장은 “선박 중심에서 해양중심으로 사업구조가 개편되고 있어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시장의 성장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해양플랜트의 수주비중을 70%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올 상반기 대우조선해양은 단 한 건의 해양플랜트도 수주하지 못했다. 수주실적이 제로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시장의 불황은 대우조선해양에게 악조건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외매출 비중이 88.9%로 우리나라에서 해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다. 해외에서 수주를 받지 못하면 밥그릇이 뚝 끊기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기대하는 마지막 희망은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의 쇄빙LNG선 일괄수주다. 대우조선해양은 3월 야말 프로젝트에서 세계 최초로 쇄빙LNG운반선을 3억1800만 달러에 수주했다. 이후 4월 15척 추가수주를 위해 선주사들과 쇄빙LNG선 인수의향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사태 등 러시아 내부사정으로 본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져 결국 상반기를 넘기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본계약에 실패할 가능성은 없다”며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계약 체결로 LNG선 15척을 추가수주하는 금액은 45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올해 수주목표의 30%에 해당한다. LNG선을 수주하면 고 사장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